천자춘추/신용불량

"외국의 한 경제학자는 ‘국민소득 1만달러에 갓 진입한 한국인의 소비는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는 국민과 비슷하다’고 과소비 풍조를 경고한 바 있다. 적절한 소비활동은 생산을 부추겨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소득을 훨씬 뛰어넘어 감당할 수 없는 ‘쓰고 보자’는 풍조는 개인과 사회에 모두 무거운 짐을 지운다.

젊은층 사이에 불고 있는 ‘일단 놀고 쓰고 보자’는 분위기는 20, 30대 사회초년병들을 신용불량이라는 금융전과자의 나락으로 몰아넣고 있다. 20, 30대 신용불량자가 약 160만명으로 이 연령대는 전체인구의 10%나 된다. 10명 가운데 1명은 정상적인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는 것이다. 20, 30대가 전체 신용 불량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도 약 50%를 차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왜냐하면 40, 50대 연령대의 신용불량자는 대부분 가정형편에 따른 ‘생계형’이라면 20, 30대는 씀씀이가 헤픈 ‘소비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층 신용불량자들은 현금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품을 카드로 구매하면 나중에 반드시 갚아야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금융자산이 있으면서도 금융기관의 채무를 갚지않는 양심 불량 연체자들이 상당수 존재해 정착단계에 들어선 한국 신용사회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와 같이 젊은층의 소득없는 ‘거품소비’는 카드대금의 상환기일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여러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속칭 ‘돌려 막기’로 나타나고, 결국 원금과 이자가 꼬리를 물고 늘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전락된다.

이런 신용불량자의 대량 탄생은 20, 30대의 과소비 현상에 따른 것으로 자기 자신이 철저한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 1차적인 책임이지만, 신용정책 당국의 느슨한 관리정책도 이런 풍조를 부추겼다. 개인의 현금서비스 한도를 없애고 대신 개인별 신용정도에 따른 차등화 정책 도입, ‘길거리 회원모집’ 허용 등 무리한 카드 활성화 정책으로 소득이 없는 젊은층의 과소비 풍조를 부추겼다.

소득 없는 소비는 젊은이를 신용 불량자로 전락시키고 카드사는 경영난에 직면하게 된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정부의 지원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빌린 돈을 반드시 갚아야 하며, 신용이 사회생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깨우치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

/김병옥.신흥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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