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투표 참여로 병든 정치 수술하자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崔漢綺) 선생은 선거의 중요성을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라고 표현했다. 이는 “세상의 어진 이를 선출하여 정치를 하는 것은 천하의 즐거움이요, 어리석은 자를 기용하여 정치를 어지럽히는 것은 천하의 근심이라는 말로 이 세상의 근심과 행복은 선거를 도외시하고는 펼칠 수 없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렇듯 우리의 조상들도 나라의 일꾼을 뽑는 선거를 그만큼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의 날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은 우리의 정치와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지만, 잘못된 선택은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국정을 수행하는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 우리의 선택에 의해 선출된 국회의원이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살림을 꾸려나갈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청렴성과 함께 정치적 능력을 겸비하여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신중한 자세로 우리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학연, 지연, 혈연이나 지역감정 등 감성적 선거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투표를 하면 자신의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번 제17대 국회의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와 격동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역사에 유례 없는 탄핵정국과 지난 선거에서의 불법정치자금 논란, 대폭적인 선거법의 개정에 따른 선거운동의 변화로, 유권자나 후보자 모두 선거 초반에는 혼란스런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과 정당·후보자 등의 이해와 협조, 선관위의 노력으로 무리 없이 평온하게 선거가 진행됐다. 또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그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고 공명하였다고 평가된다.

이제는 유권자 모두가 투표에 참여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일만 남아 있다. 오늘의 올바른 투표가 그동안 혼탁했던 우리의 선거 풍토를 마감하고 진정한 공명선거로 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또 이번 선거는 지역간, 세대간, 계층간의 대립과 갈등, 상호불신을 해소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최선을 다하여 투표에 참여한 후에는 선거결과가 어떠하든 이에 승복하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당선된 후보자나 표를 많이 얻은 정당도 교만하지 말고 낙선된 후보자를 배려하고 국민통합에 매진하여야 한다. 이러한 태도야말로 우리의 정치를 선진국 수준으로 이끌 수 있으며, 선거가 분열과 대립이 아니라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일환.경기도선관위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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