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고

지난주 오래간만에 아내와 함께 영화를 봤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예수의 수난)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3주동안 흥행 성적 1위를 차지하고 3월 셋째주 현재 입장수입만도 3억달러를 달성하고 있는 인기 영화다.

자막이 걷히면서 검은 화면에 “이사야서 53장”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로 인함이오,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으로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이 말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예수의 삶이나 기적이 아닌 고난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었음을 의미한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중 마지막 만찬을 끝낸후 기도하기 위해 갔던 게세마니 동산에서 배신자 유다의 안내를 받은 바리새인들에게 체포되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 가시기까지 가장 극적인 12시간의 수난 장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로마총독 ‘본시오 빌라도’는 바리새인들의 주장에 따라 그 앞에 끌려온 예수를 어떻게 처리하여야 할지 고민한다.

예수가 태어난 ‘갈릴레아’ 지역은 로마황제가 헤롯에게 부여해준 봉토였기 때문에 빌라도는 예수를 헤롯에게 보냈는데 헤롯 또한 예수에게서 별다른 죄목을 찾지 못하여 빌라도에게 다시 돌려 보낸다. 여기서 빌라도와 헤롯은 공생관계임을 알 수 있다.

로마총독은 유대인을 다스리는 수단으로 종교 지도자인 헤롯을 활용하였던 것이다. 예수를 고발한 죄목은 성전 모독이었다. 예수는 성전을 허물고 3일만에 다시 지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는 죽은 후 3일만에 부활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외에 유대인들이 그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결정적 이유는 예수가 자신을 그리스도, 즉 사람들을 해방시켜줄 ‘메시아’라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대사제들은 빌라도에게 예수가 로마황제에게 바치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모함하므로 예수를 심문하지 않을 수 없도록 궁지에 몰아 넣는다. 실제 예수는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바친다”고 말씀했다.

빌라도는 예수를 정치범으로 매만 때려서 석방시키려 한다. 이 태형과정에서 예수의 고문장면이 너무나 끔찍하여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관객이 생길 정도로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예수역을 담당한 짐 카비젤은 이 장면을 생동감있게 표현하려고 어깨뼈가 탈골되는 등 힘든 장면을 투혼의 연기를 보여 줌으로써 예수의 험난한 수난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승화시켰다.

빌라도는 만신창이가 된 예수를 군중에게 보이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하고 묻지만 피에 굶주린 군중들은 “십자가에 못박으시오!”라고 외친다. 딜레마에 빠진 빌라도는 군중들이 원하는 대로 처형토록 부하에게 명령한다. 예수는 70kg 무게의 십자가를 지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예루살렘거리를 지나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 낮 12시에 십자가에 못박힌다.

예수의 수난을 지켜 보면서 성모 마리아는 “내 아들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고통을 벗어난단 말인가”하고 애통해 하는 모습에서는 눈물이 난다. 마리아역에는 마이아 모겐스턴이 맡았는데 그는 영화를 통하여 사랑하고, 믿고, 용서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훌륭히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십자가에 매달린지 3시간이 지난 오후 3시에 예수는 “다 이루었도다.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기나이다”하고 말하면서 운명한다. 이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이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에 의한 것으로 비춰져 반유대주의 논쟁을 일으키며 제작 초기부터 엄청난 수난을 겪었다.

그러나 바티칸 교황청에서 영화를 직접 시사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영화는 성서에 있는 사실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언급을 하여 논란의 대상이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두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이해인 수녀의 ‘기도’라는 시가 생각났다.

/조성헌.前 안성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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