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호스피스

호스피스라는 말을 사전적으로 풀이하면 순례자, 참배자를 위한 여행자 휴식소, 혹은 말기환자를 위한 병원을 뜻한다. 오늘날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호스피스는 후자를 뜻한다.

프랑스 남쪽과 스페인 사이에 루르드라는 시골마을이 있다. 1858년에 이곳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베르나데트라는 14세의 소녀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기적의 샘물을 솟게하여 그 물만 마시면 죽어가는 중병자가 낫는 것이다. 지금도 연간 300여만명의 중병을 앓는 순례자가 끊임없이 다녀가고 있다. 로마 법황도 신중한 의학적인 조사 후 이를 기적이라 말하며, 유럽의 의학계에서도 그 기적을 의학적으로 증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믿음이나 감정, 인간관계, 가족관계, 도덕같은 정신이나 정서작용이 생리기관 등 육체작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루르드의 임상연구에서 확인하고 기적적 쾌유도 가능할뿐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에게 어떤 정서적인 처방으로 보다 더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는 생리원칙을 발견해 냈다는 걸 어느 책자를 통해서 들은 바 있었다.

요즈음 사람들은 안락하게 그리고 손쉽게 아기를 낳기 위해 산부인과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편안하게 죽어가기 위한 병원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보다 안락하게 죽어가기 위해 생긴 병원이 바로 호스피스로 주로 영국을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호스피스 관습이 있었다.

해원(解怨)이라 하여 임종 때 죽어가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손을 잡아주고, 다음 세상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환생할 것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정치도 싸움질만 하는 정치가 아니고 훌륭한 정책으로 서구 유럽과 같이 호스피스 병동이나 민간 시설을 많이 만들어서 환자의 통증을 덜어주고 이들이 안락하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사 간호사 사회사업가 영양사 자원봉사자 등을 부단히 개발하여 죽어가는 환자들에게 불안이나 두려움이 없이 편안히 생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은 아직도 먼 나라만의 이야기인지.

/김석우.대한적십자사경기지사 사무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