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와 서울대학교가 차세대 융합기술연구원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 이 각서에 의하면 경기도는 3천453억원의 거액을 투자하여 서울대학교에 8만평의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3만여평 규모의 신축비를 부담하고 심지어는 운영비까지도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과거 정부주도하에 택지개발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신도시 개발과는 달리 이번 이의동 신도시 개발에서 이의 중심에 연구개발단지를 건립하겠다는 것은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경기도민이 이의동 연구개발단지에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이 단지가 1천만 명을 훌쩍 넘은 경기도민을 부양할 경제력을 생산할 발전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도의 운명이 걸려 있는 사업에 갑자기 서울대를 수원으로 초청한다고 하는 보도는 도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과거 세계의 주요 지역사회에 건립된 과학단지의 예를 보면 지역거점대학과의 긴밀한 연계성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서울대가 이곳 수원으로 내려와서 지역사회와 얼마나 밀접한 협력을 이루어 낼지 자못 걱정스럽다.
현재로서 생각할 수 있는 기술연구원의 운영방안은 공대나 자연대 교수중의 일부가 이곳으로 내려와서 연구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에서 거의 지난 한 세기동안 뿌리를 내렸던 농업생명과학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지가 작년 8월인데 다른 단과대학이 새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이겠는가?
원천적으로 지역대학의 참여를 배제한 채 서울대를 염두에 둔 이번 임의계약은 최근 모든 연구프로젝트 선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하는 정부정책과 역행하는 행태이다.
거리와 인력수급의 본원적인 문제점을 애써 도외시하고 이를 추진한 배경에는 서울대학교의 간판을 이용하겠다는 계산된 대중주의와 도민의 환심을 사겠다는 정치적 발상의 발로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지역대학이 서울대를 도저히 바라보지 못할 정도로 수준에서 차이가 난다면 나라와 도의 장래를 생각하여 지역대학 교수의 자존심을 한 풀 꺾고 서울대의 남하를 용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이 곳 경기도에는 35개의 대학이 자리 잡고 있고 이들의 연구역량을 컨소시엄 형태로 연합한다면 서울대 보다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 최소한 길고 짧은 것은 대 보아야 안다.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지역대학을 제쳐두고 서울대를 빈 몸으로 모셔온다는 것에 대하여 정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이의동 연구개발단지에 모셔 와야 할 연구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느냐는 공정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 서울대는 경기도내 지역대학과의 공정한 게임을 통하여 간판이 아닌 본연의 역량을 평가받아야 할 것이고 경기도는 지금이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 일을 해결하여 도민의 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조광순.아주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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