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거품건강

성 빈센트 병원은 금년 2월 PET CT(양전자 단층 촬영기)를 도입해 3월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본격 가동하기 전에 이 기기의 사용방법의 숙지와 이상유무를 점검하기 위하여 교직원 30여명을 대상으로 시험검사를 시행했다. 본인도 과거 5년 전에 방광암 수술을 받고 현재도 추적 검사중이라 이번에 이 기기를 통해 현재 신체내의 암세포의 존재유무에 대한 검사를 받았다.

이때 병원 원목실장이신 신부님도 PET CT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뜻밖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게 되었다. 검사결과에 신부님께서는 애써 태연한 척 하셨다. 암이라는 병을 가지고 서로 농담할 분위기는 아니지만 우리는 신부님에게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이나 마찬가지로 큰 행운을 잡은 것이라고 위로하였다. 이때 수술 받으신 후 신부님께서 원내회보에 올리신 감사의 글중 일부를 이곳에 인용하고자 한다.

“지난 3월 원목사제로 성 빈센트병원에 온지 넉 달 만에 환자로서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갑상선 암으로 진단 받고 수술을 받았다. 며칠동안의 수술과 입원생활은 내게는 또다른 경험의 장이었다. 특히 병을 알게 되고 검사를 받는 과정 안에서 환우들을 조금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큰 은총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경험은 원목사제로서 사목을 하기위한 하느님의 놀라우신 교육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신부님의 경우 건강할 때 조기진단과정을 거쳐 병을 치료함으로써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의 병원은 병든자들 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일정기간마다 건강검진을 통하여 성인병의 주류를 이루는 고혈압, 당뇨병, 간경화, 암 등을 초기 발견하여 예방하고 치료하므로 육체적·경제적으로 큰 손실이 없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건강진단이 잘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첫째, 사람들이 스스로 건강을 자신하는 것이며, 둘째, 건강검진 결과가 정상이라고 하여 100% 문제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셋째는 암세포의 존재유무를 발견하는데 탁월한 PET CT도 기계값이 40억원 가까이 되는 진단장비중 최고가 장비로 한 번 사용시 1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므로 당장 불편하지 않으면 검사를 미루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건강을 위하여 불로초(보약)를 찾아 많은 돈을 쓰면서 한편으로는 술, 담배를 가까이 하는 한 그것은 거품건강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거품건강에 자신하지 말고 술 담배를 절제하며 이상이 없을 때 정기검진을 통하여 건강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임용걸.가톨릭대 성 빈센트병원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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