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곳곳에서 어른이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학교의 스승이 위신을 잃고 체면을 손상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학부모들의 몰지각함과 부도덕함이 교사들의 위신을 떨어뜨리는가? 아니면 교사들 자신의 권위를 상실함으로써 그런 취급을 당하게 되었는가? 학부모들과 교사들에게 모두 책임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우리 사회가 겪고있는 도덕적인 무질서를 반영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것인가?
덕망과 권력이 함께 있음으로써 어느 사회에서나 어른 노릇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없어지고 그 대신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른의 자리만 차지하게 된 것이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어른 노릇을 하려고 어른 흉내를 내지만 어른다운 덕망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돈의 위력과 권력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을 한 마디로 도덕적 혼란을 넘어서 도덕적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위기현상이라 말하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른을 존중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윤리 체계가 무너지고 말 것인가? 산업화와 서구화로 인한 돈과 권력의 지배현상은 서구적인 윤리체계로의 변화를 불가피하게 하는가? 서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도덕적 위기상황은 오히려 동양적 권력이 결부되는 위계질서, 그러니까 참된 의미의 어른이, 어른의 역할을 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어른이 있는 도덕질서의 회복은 학교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학교는 도덕교육의 현장이며 모든 교사들은 도덕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스승이 없는 현실을 만들어 가고 있음이 안타까운 것이다.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만이 아닌 스승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양적인 풍토에서는 교사가 학생의 친구가 될 수 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의 전통문화에서는 스승과 제자간에 거리를 지켜야 한다. 수평적인 관계를 허용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수직관계의 거리는 일방적인 강요로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스승으로서의 존경을 받는 덕망을 갖추었을 때 가능한 관계이다. 스승으로서의 교육자와 교사로서의 교육자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서구의 개념과 우리의 전통적 개념을 혼돈하지 말아야 한다.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는 데는 무엇보다 스승 자신의 의식이 중요하다. 스승으로서의 양심을 버리지 않고 스승으로서의 책임감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소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심의 도태를 불가피하게 하는 환경적 조건을 무시할 수 없다. 도덕교육의 환경적 조건이 되는 사회기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경제적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며, 권력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로서의 직책수행에 여유의 시간이 주어져야하며 스스로 그런 시간을 만들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한 여유가 없이는 도덕적인 성숙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개선은 우리 교사들에게 스승으로서의 소명감을 갖게 하고 어른으로서의 위신과 존경심을 되찾게 해주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스승의 위신 회복을 위하여 교육의 내용도 고칠 곳은 없는지, 시험제도는 괜찮은지, 학교행정, 교육행정의 개선할 점이 무엇인가 찾아보는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종구.고양교육청 학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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