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자(漢字)를 배워야 한다’는 사람도 늘고 있고, ‘구구단 대신 십구단(19×19)을 외우는 인도의 수학교육’ 교재를 구하고 싶다는 학부모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변화의 바탕에 약방에 감초처럼 끼는 근거가 요즘 아이들은 자기 부모의 이름조차 못 쓴다든지, 대한민국을 한자로 쓸 줄 모른다는 것이다. 조금 더 실제적으로는 향후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중국을 몰라서야 되겠느냐는 것과 입시, 취직, 진급시험에 한문이 나오니까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정작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어 아쉽다. 십구단은 깊이 있는 수학교육을 통해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길러내는 인도의 교육 실정을 상징한다. 그 바탕에는 좋은 공과대학을 나와 ‘우수한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 꿈’인 인도 사회의 분위기가 있다.
수능시험에서 날로 줄어드는 이공계 지원자, 의대 진학을 꿈으로 삼는 풍조에서 십구단의 수학 교육에 대한 관심은 그저 또 하나의 일과성 유행으로 끝날 수 있고, 한자교육만 해도 그렇다. 한자 잘 해서 좋은 대학 갈 수 있고 좋은 취직자리 구한다는 것이 정말로 중요한 의미가 있을까? 한자어는 우리말의 태반을 이루고 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천도(遷都)만 해도 천도(天道)라는 말도 있고 천도(天桃)라는 말도 있다. 한글로는 같은 ‘천도’지만 내용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천(遷)은 옮길 천인데 그 의미는 소쿠리 모양과 양손과 사람(人)을 합친 글자로 소쿠리를 양손으로 들어올리면 덩어리진 것이 남고 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혼이 빠져나가고 몸만 남은 선인이라는 뜻인데 여기에 나아가다를 덧붙여서 ‘건물만 남기고 주민이 빠져나감’을 나타낸다.
그래서 천도란 수도를 옮기는 것으로 역사성과 함께 국가의 장래를 설계하는 큰 뜻이 담겨 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한자를 배우면서 그 의미까지 헤아릴 필요가 이래서 생긴다.
교육은 목표의 설정에서 시작하여 깊이 있는 내실화를 통해 인간을 길러내고 사회를 살찌게 하고 나라의 미래를 만들어낸다. 남보다 뒤떨어질까 걱정하여 우선 배워야 한다는 유행성 교육의식으로는 점수벌레만 길러낼 뿐이지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유행으로는 곤란하다.
/나채훈. 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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