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큰 정치적 일정들이 모두 막을 내리고 이제 화합과 상생의 새로운 출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내가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두고 때로는 격렬하게 주장을 펼쳐온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를 대표하는 정당, 당선자로 인정하고 작금의 어려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불안요인들을 하루빨리 해소하기 위해 정치, 경제, 문화 각 부문의 지도자들이 서로 협력하고 지혜를 모아주었으면 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
얼마전 삼성경제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의하면 현재 우리 국민들 (37%)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절반에 못미치는 비율이기는 하나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 모두 겸허하게 자성(自省)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투자와 소비 부진도 결국 국민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해 불투명하게 느끼기 때문이며 기업들의 해외 이전에 따른 산업의 공동화 우려와 해외 자금유출 문제의 본질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대외적인 경제여건 역시 국민들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고유가와 중국의 긴축 경제정책,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우리 기업인들은 대부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국가안보와 직결된 북한문제나 주한미군의 문제 역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창출과 비정규직문제, 주5일근무제,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을 둘러싸고 노사간의 이견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며 무엇보다도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의욕이나 경영의지가 점차 위축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국민들에게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양해야 마땅하지만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여기에 맞는 대안과 정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에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철저히 분석하고 처방을 찾아 여기에 맞는 국정의 로드맵을 만들어 추진해 나감으로써 국민들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관된 정책을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기업의 사기를 높여주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삼아주었으면 한다. 또한 우리 경제의 추진력이 되어 주고 있는 기업들은 불안한 경제상황에 움츠러들 것이 아니라 부단한 혁신과 사업의 다각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와 피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
고실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근로자들 역시 현명한 소비와 투자로 우리 경제가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안정을 찾아나가야 하며 특히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기업과 근로자가 상호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의 철저한 준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사가 공개적인 대화의 장을 통해 장기적으로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며 동시에 이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를 살리는데에는 여당과 야당이 다를 수 없고, 정부와 국민이 다를 수 없고 기업인과 근로자가 다를 수 없다.
지금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여러 가지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겪었던 논쟁과 대결의 분위기를 하루빨리 불식시키고 화해와 상생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감으로써 우리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일부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가 역량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온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향해 화합하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장상빈.부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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