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먹던 음식이, 나이가 들수록 그리울 때가 있다. 유난히 음식 솜씨가 좋았던 어머니는 늘 새로운 반찬, 간식을 만들어 주셨다. 고추를 말려 밀가루를 입히고 기름에 튀겨서 만든 고추튀김, 깻잎을 말려 풀을 입히고 기름에 튀겨 만든 깻잎튀김, 김치를 잘게 쓸어서 만두소를 만들고 예쁘게 빚은 먹음직스런 만두는 정말 우리 가족을 살맛나게 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을 돌다가 먹음직스런 만두를 보면, 어김없이 먹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욕구가 사라졌다. 온 나라를 들끓게 한 ‘불량만두’ 파동 때문이다.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쓰레기 만두’ 사건에 연루한 사업자와 보건 당국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비자 집단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만두 사건에서 드러난 식품안전 관리의 원시적인 시스템과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뿐 아니라 관리 감독 권한이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보건복지부에도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56개 생활협동조합으로 이뤄진 한국생협연합회 식품안전활동팀도 ‘정부는 불량만두 납품·식품업체를 강력히 처벌하고 식품안전법을 제정하는 등 식품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위반자들 상당수가 재판에서 관대한 형량을 받고 있어 대형 식품 사고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식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경우 ‘형량 하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식품위생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식품 위생법 위반자에 대해 지금의 벌금형 대신 해당 식품으로 올린 총이익금의 몇 배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부당이익금 환수제도, 식품안전을 전담하는 식품정책과 신설, 안전성이 우려될 때 사전에 제조와 판매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일련의 사태를 접하면서 또다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은 유해성 여부보다는 먹거리를 함부로 다루는 행태를 더 비판하고 있다. 왜 우리는 꼭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에야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가. 이런 고민을 사전에 미리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인가. 행정 당국의 무사 안일한 태도를 아무리 질책해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 시장을 돌다가 만두를 만났을 때,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행정’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할까.
/정동환.한글학회 인천지회장-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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