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횡단보도의 신호를 기다리며 도로에 서있는 일은 매우 곤욕스럽다. 그러나 따가운 햇살보다 참기 힘든 것은 앞을 지나쳐 가는 자동차의 소음과 매캐한 매연들이다. 끝도 안보이는 길에 뻗은 자동차들의 행렬속에 금쪽같은 시간을 도로에 쏟아 부으며 매일매일 출퇴근하는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처럼 편리한 자동차의 문명은 우리 인간들에게 또 다른 교통, 환경, 소음 등의 많은 피해를 주고 있다.
자동차의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분명하다. 교통혼잡으로 인해 시간이 낭비되고 스트레스가 유발되며, 자동차 매연으로 인해 건강이 침해되고 지구온난화 현상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작년 한해 국내에서는 자동차 사고로 무려 7천185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폐해를 당연시하며, 자동차 소유를 필수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라는 구속에서 탈피하여 자동차 이용을 최소화시키고 대중교통과 도보, 자전거 이용이 주가 되며 인간의 삶이 최우선시 되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
자가용 없이도 통행이 자유로운 도시를 만들려면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대중교통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얼마 전 서울시는 대중교통의 원활화를 위해 버스노선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철저한 준비가 되지 못해 시민들이 큰 혼란을 겪어 다소 아쉬움은 남았지만 대중교통 정책의 강화는 보다 낮은 환경오염, 보다 큰 수송능력, 보다 큰 대중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대중교통의 개편과 확충에 투자되는 초기비용은 당장에는 거대하지만 향후 총 차량수의 감소로 받는 다양한 이익을 생각한다면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둘째, 도보와 자전거 이용이 자유롭도록 고밀도의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고밀도’라고 하면 흔히 개발된 공간이 적은 고층 아파트 숲을 연상하기 쉽지만 도시계획이 잘 짜여진다면 밀도 높은 개발을 통해 쾌적한 생활공간을 창출해 낼 수가 있다. 충분한 녹지대와 인간공학적 구조를 해치지 않으면서 보다 높은 밀도를 유지하는 도시형태가 실제로 주거에 편리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보와 자전거 이용에 우선권을 부여해 대중교통 체계 안에 통합시키거나 직장, 가정 및 서비스 부문을 한 지역 안에 밀집화하여 교통체증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시의 토지이용계획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매일 아침 저녁 출퇴근하는 차량으로 10차선 도로가 거북이 걸음으로 꽉 막히는 것은 아직도 각 도시가 직주근접형태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도시마다의 기능을 특화하여 자족기능을 최대한 높여 나간다면 교통량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장기적으로 자동차의 의존도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도시형태 자체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결국 도시의 종합적 토지이용정책은 광역적이고 포괄적인 지역종합개발계획하에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버스에서 창 밖 구경을 하며,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며 이동하는 것이 자가용보다 더 빠르고 편한 도시를 상상해본다. 시끄러운 차 소리와 매연이 없는, 걷고 싶어지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안전사고 걱정 없이 아이와 함께 자전거로 산책을 나가는 도시를 상상해본다. 이 모든 것을 그저 꿈으로만 여기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영 자동차가 주인인 도시에서 살아야만 할 것이다.
/김종원 토지공사 화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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