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개구리에 대한 횡설수설

어린 시절 유난히 개구지던 나는 억새 줄기를 꺾어 개구리항문에 꽂아 풍선처럼 부풀려 놓고는 그 뒤뚱거리는 모습이 뭐가 그리 우습던지, 친구들과 눈물이 나도록 배를 움켜잡고 웃던 기억이 난다. 송아지를 보고 놀라서 달려온 아들개구리에게 자존심 상한 아빠개구리가 배를 부풀려 송아지 흉내를 내려다 배가 터져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하다는 사찰 앞 먹거리 장터마다 즉석에서, 개구리를 산채로 끓는 기름에 튀겨주는 가겟집들이 줄지어 있다. 온갖 미물들의 생명까지 소중히 생각하는 경건한 도량(道場) 근처에 기름 끓는 불지옥이 어이 그리 많은지. 그러고 보니 개구리 이야기들도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하기 짝이 없다.

팔자 좋은 개구리 이야기도 있다. 환희와 감동의 대 서사시,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의 ‘황금개구리’ 이야기다. 이름만 황금이지 전혀 황금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누런 개구리 한 마리가 숱한 지구촌 사람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다.

올림픽 주경기장을 건설하던 중 부지를 다 헤집어 놓은 상태에서 흙더미 틈새로 폴짝 개구리 한마리가 튀어 나왔다. 도대체 누가 발견했는지 모르지만 개구리로 인해 주경기장 공사가 전면 중지돼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토지를 원상복구했고, 새로운 부지를 재선정해 지금의 주경기장을 지었다.

세계 각국의 손님들을 불러놓고 올림픽을 치르기엔 별로 내세울 것도 없던 호주가 이 황금 개구리 한마리로 가히 환산할 수 없는 광고효과와 함께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가 이미지 쇄신과 더불어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거둔 걸 생각하면, 떼돈을 들여 여기저기 들쑤시고 파헤쳐 그토록 공들인 88서울올림픽이 적자가 났느니, 실속이 없었느니 할 때마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우리가 사소한 이익을 위해 파헤쳐 버린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큰 손해로 우리에게 되돌아 오는지, 우리가 자연과 환경을 위해 들인 노력이 얼마나 큰 혜택으로 되돌아 오는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세계 10대 물부족 국가’이면서도 세계에서 몇째 안가는 물값 싼(상수도) 나라에 살고있는 우리는, 1리터도 안되는 물 한병을 몇 백원씩에 사 먹으면서도 아직도 겁을 덜 내는 것 같다. 얼마 안가서 외국처럼 밥해 먹는 물 값이 쌀값보다 비싸질 것 같지는 않은지. 남들이 보기엔 우리가 6·25때 달러가 뭔지도 모르고 땔감으로 태워 감자나 구워 먹고있던 그 무지랭이 같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김용 이천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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