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재산세 파동과 지방자치

이원희 한경대 교수

정책전환 부작용

자치구의회서

해결노력 바람직

최근 몇몇 경기도의 시와 서울시의 자치구 의회에서 ‘재산세 소급 감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산세가 갑자기 증가하자 ‘재산세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등 주민들의 조세저항운동이 확산되었고, 이에 의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조례를 바꾸어 세율을 낮추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부 단체인 경기도와 서울시가 ‘조례무효확인소송’을 준비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이번의 사례를 보면 정책 결정과 집행과정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미리 장치를 구비하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호들갑을 떠는 조급증의 정책과정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4년부터 재산세 부과 기준을 면적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혼란과 저항은 이미 예측되고 있었다. 물론 당시 재산세 부과 기준을 전환한 것은 강남에 있는 작은 평수의 비싼 아파트 보다 신도시에 있는 넓은 평수의 저렴한 아파트에 비싼 재산세가 부과되는 것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이었다.

그러나 정책의 전환은 있었지만 제도적 기반을 검토한다거나 부작용을 검토하는 과정이 너무나 생략되어 있었다. 아직 전근대적인 우리의 부동산 시장에서 시가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여전히 지역별로 불공평한 사례가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갑자기 세금이 3배 정도 인상되는 것을 주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우리가 원했던 것은 세금의 형평성이었지 세금의 중과(重課)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의 세금이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가 부동산투기 억제라는 명분하에 종합부동산 제도를 도입하는 등 소위 ‘가진 자’에 대한 족쇄가 강화된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과정이어서 중산층이 오히려 유탄을 맞았다고 피해의식을 갖게 되어 저항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나마 지방의회가 이러한 주민의 저항을 고려하여 감면안을 통과시킨 것은 중요한 지방의회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지방세법에서 탄력세율 제도를 채택하여 지역별 특성에 따라 지방정부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세율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는 권한은 부여하고 있는 바, 최소한 그 권한을 처음으로 활용하는 과정으로 이해해도 된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중앙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한다고 무효화하려는 행동은 스스로 지방자치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한편 주민도 적절한 공공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로 부담하게 되는 요금, 즉 세금의 적정수준에 대해 공적인 책임의식을 느끼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을 보면 우리 모두가 피해자이면서 사실은 가해자이고 원인제공자이다.

차제에 건전한 부동산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지방의회의 재산세 감면에 대한 찬성의 이유가 투기적 목적으로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왜곡된 시장의 의사결정을 허용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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