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아카시아의 복수

만일 얼마 남지않은 지구의 허파, 아마존밀림의 나무들이 자신들을 파괴하는 인간종족을 응징하여 독가스를 뿜기 시작한다면. 혹은 그 식물들로 만든 음식이나 그것으로 만든 목재가구 따위가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거나 목숨을 앗아 가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실제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어난, 수많은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한 사실이다.

태고적부터 아프리카의 초식동물들은 풍부한 식물들을 섭취하면서 생태계를 유지하여 왔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가장 큰 규모의 남아프리카의 영양목장에서 아카시아 나무잎을 가장 좋아하는 영양들이 수년 전부터 이유 없이 죽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특별한 약품을 쓴 것도 아니고 사료를 먹인 것도 아닌데 그저 쓰러져 가는 영양들을 보던 과학자들은 아무도 그 이유를 몰랐다. 어느 날 동물학자들은 영양을 부검하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수만 년 동안 영양들의 주식으로 알려진 아카시아 잎들이 뱃속에서 하나도 소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농장의 울타리 안에 있는 아카시아가 울타리 밖의 아카시아와는 달리 가지마다, 잎 사이마다 손가락 크기만한 가시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아카시아엔 어느 정도 가시가 다 있지만 제한된 영역사이의 지나친 영양의 개체수 증가로 아카시아가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굵고 긴 가시로 무장하게 됐음을 발견했고 초식동물들이 한 나무에서 15분 이상을 뜯지 않는다거나 다른 동물이 뜯던 나무는 입도 안 대는 사실 등을 알아냈다. 잎이 뜯겨지기 시작하여 10분단위로 조사한 결과 그 나무 잎에는 쓴맛을 내는 탄닌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식물들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하며 생태계의 연속성을 유지해왔던 거다. 그런데 대규모 영양농장에선 자연의 계율을 어기고 많은 수의 영양을 울타리에 가두어 제한된 아카시아의 나뭇잎을 뜯게 만들었다.

점점 개체수가 줄기 시작하던 아카시아는 드디어 치사량이상의 탄닌을 잎에 공급하였고 그 독성으로 소화과정이 불가능해진 영양들은 괴질처럼 독성물질에 중독되어 쓰러져 간 것이다. 아직도 식물들의 반란, 아카시아의 복수란 사실이 이상해 보이는지.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한 것에 대한 생태계의 극히 자연스런 반응일 뿐이다.

/김 용

이천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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