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운동을 하며 듣게되는 노래가 있다. 원더버드의 ‘옛날 사람’이라는 곡이다. 어느 날 아침, 땀에 흠뻑 젖은 채 의미 없이 지나가던 노래를 들으며 내가 그토록 꿈꾸던 곳이 여기인가 하는 소박한 의구심이 생겼다. 노래의 가사는 이렇다.
술을 마시면 언제나 생각이 나는 옛날사람/꿈을 찾아서 오늘도 기타를 치는 옛날사람/이젠 다시 올 것 같지 않은 그 날을 기다리며/지칠 때도 된 나이에 바보 같은 옛날사람/잊지 못할 추억들과 함께 있던 옛날노래/사랑하는 사람들 곁엔 언제나 옛날사람/실망하지마 주눅들지마/가고싶던 곳 기다렸던 날/지금 여기야 ~/ -중략-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우리들 모두의 장래 희망은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때의 기준으로 보면 시간상 지금의 나는 이미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거나 아니면 될 시점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 나는 그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것일까? 10대와 20대에는 무엇을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을 공부했나? 작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려 애쓰던 30대에 내가 가진 열망은 무엇이었나? 오늘 내가 사무실 책상 앞에서 구사하고 있는 것이 내가 원하던 삶 바로 내 꿈을 이루는 작업인가?
이제는 어느덧 40대가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좋든 싫든 책임감을 갖고 무엇인가 기획하고 선택하고 결정을 해야만 한다. 책상 위에 쌓여있는 일들이 모두 그것이 아닌가. 뜨거운 열정과 전문인으로서의 확신과 신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는 일들 말이다. 이 일들이 바로 내가 꿈꾸던 나의 미래였으며,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둠 속의 별빛을 헤듯 그토록 애태우던 꿈과 열정을 꽃피울 기회가 아닌가? 노래의 가사처럼 내가 가고싶던 곳 기다렸던 날은 바로 지금 여기였던 것이다.
일이 너무 많아서, 쉴 시간이 없어서, 사람들에 치여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서, 지쳐있다고, 이런 모든 불평들은 단지 내가 갖고자 했던 꿈과 열정의 목소리와 기다림의 긴 시간의 의미를 망각한 투덜거림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내가 가고싶던 곳 기다렸던 날은 바로 지금 여기였던 것이다. 일의 귀천과 경중을 잊고 잃어버린 꿈들의 조각을 다시 찾은 듯한 소박하면서도 중요한 깨달음이다. 즐겁게 신나게 일해야겠다.
/이승미 과천제비울미술관 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