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효자.효녀인 청소년 학생들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 가까운 듯 / 멀어져가는 어머니 / 사랑하는 어머니 / 깊고 깊은 사랑을 깨우쳐 주신 어머니 / 슬픔을 드신 어머니 / 매정한 어머니 / 크고도 작은 소리로 바로 인도해 주신 어머니 / 나에겐 큰 하늘인 어머니 / 내마음 검은 빛으로 차가워 갈 때 / 포근히 감싸주신 어머니 / 존경하는 어머니 사랑합니다’

수원정보산업공고 2학년 박은솔 학생의 글이다. 수일여중 1학년 지유연 학생은 이런 글을 썼다. ‘내가 아파할 때 엄마는 울었고 / 내가 기뻐할 때 엄마도 웃었습니다 / 내가 자라서 곁을 떠나려 할 때 / 엄마는 나를 잡았지만 뿌리쳤습니다 / 혼자가 되니 엄마가 생각납니다 / 당신께 다가가 말할 용기가 없습니다 / 겨우 용기내어 다가가면 엄마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 하지 못했던 말들이 가슴에 사무칩니다’

두 학생의 사모곡(思母曲)은 학생 효 백일장에서 각각 중·고등부 장원으로 뽑힌 작품이다.

얼마전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야외공연장서 수원시 주최로 열린 제1회자원봉사박람회에 참여하면서 학생 백일장을 주관했었다. 주제를 효로 삼은 것은 수원이 역사적으로 정조대왕의 지극한 효성이 어린 효원의 도시인 점에서 청소년층의 경로의식을 돕기 위해서였다. 미리 선발된 학생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자원봉사박람회를 참관한 학생들 임의로 즉석에서 써낸 작품이 300여점에 이르렀다. 본회에서 준비한 소정의 용지를 달라고 해서 여기저기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조아리며 열심을 글을 쓰던 남녀학생들의 숙연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생각같아서는 문단의 중진으로 심사위원장을 흔쾌히 맡아주신 임병호 경기도시인협회장께 졸라 많은 학생들에게 상이 돌아가도록 하고 싶었으나 시상해주실 김용서 수원시장상이 한정되어 입상작을 15편으로 했다.

그러나 비록 입상엔 들지 못했어도 작품마다 주옥처럼 반짝거리는 청소년 학생들의 깊은 효심은 잊을수가 없다. 이번 백일장을 통해 크게 느낀 것은 우리의 청소년들 심신은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더러는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겉모습만 본 것 뿐 내면적으로는 겉보기와는 판이한 따뜻하고 건전한 가슴을 글을 통해 볼수 있었다.

집안 살림이 어려우면서도 일부러 웃는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하고, 가족들을 위해 얼마나 애쓰는 가도 알고, 부모가 자식들 잘 돼라고 나무라는 줄도 청소년들은 다 안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낳아주고 길러주는 은혜에 깊이 감사하고 있는 사실이다. 백일장 글마다 이런 고마운 마음이 진하게 묻어났다. 이러면서도 투정부리고 떼를 쓰곤 하는 건 철이 없음을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

기성세대인 우리들 부모가 생각해야 할 것은 자녀들의 고민을 알고자하는 노력이 좀더 있어야 하겠다고 느껴졌다. 자녀들은 나름대로 자녀들 세대의 고민이 역연해 보였다. 부모의 기성세대 잣대로는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자녀들은 자녀들 세대의 잣대가 따로 있다. 이를 조화하는 것이 대화일 것 같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은 부모와의 기탄없는 열린 대화를 갈구하고 있었다.

주제가 효 백일장이면 굳이 어머니에게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글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대상으로 삼은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아버지의 은혜를 몰라서가 아니라 어머니의 정이 더 가깝기 때문이며, 이는 또 아버지들도 어려서는 역시 마찬가지였을 인간의 자연현상으로 보인다.

/이지현 (사)한길봉사회경기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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