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21세기에 맞이할 변화에 대응하고자 산업경제, 사회간접자본, 환경, 문화·복지 등 분야별 정책방향과 전략을 장기적 안목으로 수립하여 ‘2020비전과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20비전과 전략’에는 삶의 질 제고와 복지사회 구현을 위해 보육사업의 질적 개선화 전략을 포함하였다.
경기도는 보육사업 질적 개선을 위해 영아ㆍ장애아를 위한 특수보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양질의 보육환경 조성 및 보육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인력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안전한 보육환경과 체계적이고 다양한 보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후 보육시설의 개선 지원, 공단과 농촌지역의 보육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보육사업이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이라는 기존의 사고에서 탈피하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접근하였다. 이를 요약하면 보육시설의 확충이 취업 활동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육시설에 다녀야 하는 어린이와 보내야 하는 취업모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지난 8월 10일 직장여성의 안정적인 사회활동 보장과 어린이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10가지 표준보육사업을 선정하여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발표된 방안 중에는 전철역 주변 보육시설 설치, 보육시설 내 아름다운 화장실 설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철역 주변에 보육시설을 설치하겠다고 한 것은, 여러 면에서 생각해 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기오염에 따라 천식환자가 증가했다는 연구결과와 소음이 정신기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이타성(利他性)을 줄여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자제력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전철역 주변은 많은 사람이 오가고 유흥업소가 밀집되어 있으며,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로 혼탁하다. 혹시 경기도는 2020비전과 전략에서 제시한 양질의 안전한 보육환경으로 전철역 주변 환경을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과연 경기도의 취업모들은 자신의 편리함만을 추구하여 자녀를 시끄럽고 먼지 많은 최악의 환경인 전철역 부근의 멋진 외형만을 지닌 보육시설에 맡기는 이기적인 취업모들일까?
보육시설 안에 아름다운 화장실을 설치하는 방안은 매우 바람직한 방안이다. 그러나 아름다워지기 전에 우선 어린이에게 적합하고 깨끗하며 쾌적한 화장실을 제공한 뒤에 아름다움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글쓴이가 장학지도를 나가보면 시설장이 열심히 보육을 하지만, 재정이 부족하여 화장실이 불편하고 좁은 어린이집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보육시설에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어린이가 편안하고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 설치를 우선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8월 서울시는 마을공원에 복합보육시설을 건설키로 하고 15억원에서 30억원의 비용을 투자할 민간투자자를 모집했으나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재공고 후 투자자가 없으면 계획을 전면 수정할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가 정말로 경기도민을 위한다면, 이미 발표한 방안이라 할지라도 문제점이 있을 때는 수긍하고 백지화 내지 전면 수정하는 과단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정원주 협성대 아동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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