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한국정치의 소용돌이

왜 우리는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해 인정을 받으며 스스로 만족하면서 인생을 영위해가지 못하는가? 그리하여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정치로, 그리고 서울로 소용돌이처럼 한 곳으로만 쏠리고 마는 것인가? 혹자는 그래서 한국정치의 특징을 ‘소용돌이(Vortex)’로 표현하고 있다.

정치만이 아니고 경제, 교육, 사회, 종교, 과학과 기술 등 어느 분야에서도 남의 추종을 불허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감과 도덕성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면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다 행복이 되고 영광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선진국이 될텐데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각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사람이 종국에 가서는 정치권력과 복잡한 서울에서 무모한 모험을 하여 패가망신한 경우를 우리는 허다하게 보아왔다. 그 소용돌이의 원인을 조선조부터 시작되는 유교의 사대교린적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에서 찾고 있으나 앞으로 한국정치의 연구과제가 된다.

그러므로 선진국이 되려면 자신의 다양한 전문 직능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장인정신으로 사명감과 자긍심을 가지면서 이웃과 나라를 위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국가사회가 풍요롭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수준높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건설되어 더 이상 대통령이나 권력자가 조금도 부럽지 않은 시민사회가 뿌리내리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참여정부는 이 나라를 현대화된 통일선진국가를 만들기 위해 우선 정치권력을 분산시켜 서울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하고 있다. 농촌과 지방의 중·소 도시도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균형발전을 이루어야 선진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인구의 포화상태로 더 이상 기업이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교통이 막혀 일을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서울의 끝에서 끝으로 한번 왕래하고 나면 하루가 다 간다는 것이다. 서울을 뉴욕처럼 비지니스의 서울로 만들고 대전지역을 워싱톤처럼 정치의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나라 전체가 균형 발전을 이루어 통일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우선 남한 내부만이라도 명실상부하게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미국이나 선진 유럽 그리고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민주국가를 보라. 도·농간의 격차가 벌어져 농촌이 공동화되어가고 있는지? 지방과 중앙이 권력의 분권을 두고 얼마나 풀뿌리 민주주의의 지방자치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있는지를 우리는 비교정부론의 시각으로 분석해보지 않아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작금의 한국정치의 폐단이자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소용돌이의 단면을 지방화시대와 관련해 살펴보자.

그 일례로 신도시의 개발로 경기지역의 중심 명문교로 발돋움하고 있는 K대학의 총장선출과정을 통해서도 관·학 유착의 회오리를 발견할 수 있다. 교육부 감사이후 새 총장을 선출하기 위해 구성되는 재단 이사진들의 면면들을 보면 전 총장 재직시 학교행정의 파행에 무위도식하면서 현실에 안주해왔던 사람들이 여전히 거명되고 있는 것이다. 뼈를 깍는 환골탈퇴의 자기 반성이 수반되어야 하는 데도 말이다.

따라서 차제에 족벌재단과 제왕총장의 사금고식 대학운영의 독단과 전횡을 막고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경기도민과 일반시민이 관심을 갖이는 도립대학이나 시민대학의 건설을 제안해보고 싶다. 경기인 스스로 구국교육의 기치로 독점과 부정, 부패로 점철된 한국정치의 소용돌이를 끊어버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노 태 구 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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