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산이 나에게 오지 않으면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자신이 산을 옮기겠다고 장담을 하고는 실제 산을 옮길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산이 나에게 오지 않으면 내가 산으로 가겠다”고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말이건 듣는 이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듯이 이 말 역시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장애라는 굴레를, 그것도 자기 자신의 장애가 아닌 자식의 장애를 짊어지고 있는 부모 입장에서 나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다. 사회가 장애인에게 오지 않으면 장애인이 사회로 가겠노라고.

최근 장애인복지에 대한 접근방법이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장애인을 한 장소에 모아놓은 ‘시설’을 통한 지원으로부터, 대규모 시설운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인권유린의 가능성을 피하고 장애인에게 보다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규모시설을 탈피하고 가능한 지역사회 안에서 일반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은 부모입장에서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사회적인 제도가 바뀌어도 그동안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던, 그래서 이 세상에서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세상에서 살아야할 존재로 생각되던 장애인들이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살고자 세상 속으로 나올 때 사회전반적인 그릇된 인식과 집밖으로 나오는데 걸림돌이 되는 물리적 여건은 커다란 장벽이 아닐 수 없다.

정신지체장애인이 길거리를 다닐 때 혹은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받아야하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이, 휠체어를 사용하는 지체장애인의 집안 문지방에 있는 단 5㎝의 문턱이 이들의 세상 진입을 가로막고 있듯이.

하지만 국민소득 일만불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주위의 많은 분들이 자신보다 조금은 약한 사람,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 자녀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에는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이 되리라 믿어본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우리 자녀들이 이 세상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와 장애인의 잦은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능력의 한계로 인해 사회적 면역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내 자식일지라도 등을 떠밀어서라도 사회 속으로 들여보내야겠다. 비록 많은 위험부담이 따를지라도.

/노석원 한국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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