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중 가장 풍성한 결실의 달 10월. 황금물결 춤추는 들판을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은혜로운 달이다. 빛 고운 계절, 요즈음 농촌 풍경은 가을걷이와 묵나물을 준비하느라 동분서주한다. 고추 따기, 고구마캐기 등 허리 펼날 없는 일상이지만 육신은 고단해도 수확의 기쁨에 열심히 일을 한다.
필자도 아이들이 고구마 캐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 밭에 나가 줄기를 거두니 고추를 잔뜩 쌓아놓고 이빨로 갉아먹은 것이 보였다. 분명 서생원의 짓이리라. 10여년 농사를 해보지만 쥐가 고추를 먹는 일은 처음 본다. 아마도 입덧 심한 암컷 쥐의 소행인 듯싶다. 고추모 800주를 심었는데 고추가 열릴 무렵 역병이 침투해 겨우 100주 정도 남았다. 그 중 일부를 쥐에 도둑맞은 것이다. 그래도 무공해이기에 고추를 분류해 잎은 살짝 데쳐 말리고 굵은 고추는 식초 소금물에 절였다. 어린 고추는 데쳐 멸치와 조림해 식탁에 올리면 칼슘과 비타민C가 풍부해 성장기와 노인들에게 좋은 부식이 된다. 다행인 것은 작년에 풍년을 이뤄 항아리 2개 가득 고추장을 담갔다. 올해도 200여명의 식구가 김치를 담가 먹을 고춧가루는 건져서 감사함을 느낀다.
약 한번 주지않아 벌레 구멍 투성이인 들깨는 송이송이 가득 결실을 맺고 수확하라 재촉해 낫으로 조심조심 베어 말리고, 큰잎새 달린 토란을 캐니 올망졸망 대가족이 뭉쳐있다. 분명히 한 알을 심었는데 많은 건 10개도 넘는 토란이 주렁주렁 매달려 주인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금년 추석에 토란을 캐 껍질 벗겨 쌀뜨물에 식초 약간을 넣고 삶아 다시마와 멸치다시물에 소고기·무를 볶다 국을 끓였더니 별미였다. 오랜만에 친정어머니 맛이 우러나 맛있게 먹었다. 토란은 위에도 좋고 소화도 돕고 해독작용을 해 우리 몸에 유익한 음식이다. 끓이는 절차가 다소 힘들어도 식구 건강을 위해 자주 식탁에 올리려 한다. 뒤뜰에 나가보니 대추가 내 머리를 툭 친다. 서리가 온다는 보도에 며칠을 밭작물 신경 쓰느라 소홀했더니 덩굴식물이 나무를 감고 올라가 양분을 탈취해 열매가 덜 달렸다. 내년부턴 열심히 관리하리라 다짐해 본다.
먹거리도 걱정을 해야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한 우리식탁. 해마다 이맘때면 가을걷이를 하면서 아직은 오염되지 않은 비옥한 터에 심은 밭작물을 잘 거둘 수 있도록 철따라 비를 내려주고 햇빛을 주시는 조물주께 큰 감사기도를 드린다.
/지현숙 대한어머니회 경기지회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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