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천, 군사시설 이전...‘기형도시’ 전락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며, 풍요의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은 많은 사람들에게 평안함을 안겨 준다. 이 평안함 때문에 우리는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다.

초록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가을이 왔지만 과천의 가을은 씁쓸하기만 하다. 7만 과천시민은 지난 여름, 기무사 과천 이전 반대 범시민운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정부는 단 한번의 고민도 없이 과천시민의 염원을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과천시민들이 기무사 이전을 반대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기무사 이전 부지는 청계산 자락에 위치한 22만평 규모다. 이곳에는 위험시설인 유공저유소와 경마장, 서울대공원, 서울랜드등 관광벨트가 형성된 곳이다. 따라서 군사시설로는 매우 부적합하다는 것이 과천시민들의 중론이었다.

특히 여기는 과천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중 향후 과천 중·장기 발전을 위한 유일한 부지이기도 하다. 과천은 7만의 소도시다. 현재 안양에서 들어오는 관문인 갈현동 일대 지식정보타운 건설이 계획돼 있다. 갈현동이 개발되면 서울과 인접한 과천동 일대도 함께 개발이 되어야 균형적인 도시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과천동 일대 22만평 부지에 기무사가 들어올 경우 과천동 개발은 불투명해진다. 앞으로 과천시의 미래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지역에 군사시설이 들어옴으로써 도시 전제가 기형화 된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기무사 이전반대는 결코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다. 과천 시민들은 냉철하게 판단해 현명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전을 앞둔 공병부대를 대안부지로 제시했으나 기무사는 이렇다할 이유없이 시민들의 의견을 묵살했다. 그리고 권력기관의 힘(?)으로 청계산자락에 기무사 복지타운을 건설할 행정절차를 마무리 했다.

그래서 과천시민들은 또다른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기무사가 이전에 따른 행정절차를 밟으면서 편법을 이용한 것에 대해서는 재론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기무사는 이전과 관련, 7만 과천주민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남아있는 행정절차는 건축 인·허가이다. 건축 인·허가의 최종 결정권은 과천시장에게 있다. 이것이 과천시민들이 매달릴 수 있는 유일한 동아줄이다.

기무사의 청계산자락 이전은 과천을 기형도시로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무사 이전 반대는 개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장기적인 과천 발전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천시민은 끝까지 기무사 이전을 반대할 것이며, 대안부지 이전을 촉구해 나갈 것이다.

기무사가 자신들이 범한 오류와 과천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현 부지의 이전을 백지화하고, 과천시민이 제시한 대안부지로의 이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조길웅 기무사 과천이전반대 공동투쟁委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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