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평택항의 미래

평택항은 정부가 약 2조9천억원의 예산으로 1989년부터 조성을 시작한 사업이다. 흔히들 평택항을 동북아 시대의 물류 중심이라고 이야기하며 경기도의 미래가 여기에 있다고 하기도 했다. 태평양 시대를 벗어나 중국을 넘어 대륙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통해 평택항은 평택만의 것이 아니라 당진이 일부 소유해야 한다고 하여 지역 사회에 혼란을 주고 있다.

1997년 서부두 제방 1만1천여평이 준공되자 평택시가 평택시의 지번으로 신규 등록을 했다. 이에 당진군은 ‘아산만 해역에 있는 제방 중 당진군 공유수면에 위치한 제방 자치권은 당진군 소유’라는 주장의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기존에 있던 해상경계를 기준으로 하여 당진군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로써 평택항 전체 면적 648만평 가운데 평택시는 257만평에 대한 관할권만 행사하고, 당진군은 350만평에 대한 관할권 행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종전에 평택시의 부두가 60개 선석이고 당진시쪽이 37개 선석이었으나 이제는 평택시의 부두가 37개로 축소되게 되었다.

사실 현재 바다위에 설치된 부두는 평택의 육지를 통해 연결되어 있으며 당진은 바다를 건너 있기 때문에 평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평택의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당진의 입장에서 보면 해상 경계를 기준으로 생각하여 자신의 영역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지금 지역사회에서의 실망감은 매우 크다. 평택에서 용수를 공급하지 않으면 당진으로 소유권 등기가 된 부분을 당진이 활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노의 목소리도 있다.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지역이 불안한데다 기존에 개발된 구역까지 다른 지역에 빼앗긴다고 생각하여 지역주민의 실망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냉정하게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항만의 명칭을 조정하자는 당진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에서부터 단추가 잘못 꿰게 된 측면도 있다. 결국 제로섬 게임의 입장으로 치달은 끝에 평택만 상처를 입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시민궐기대회는 시민의 감정을 분출하는 일회성의 행사는 되겠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 접근은 아니다. 차분히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성숙된 시민의식과 현명하게 대처하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헌재의 판결은 지극히 민사상의 법 형식 논리에 근거한 것이다. 정책적 판단을 배제한 것이고 향후 이러한 변수를 고려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판결문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필요하다면 행정자치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주도할 수도 있다.

헌재의 판결과 관계없이 평택항은 개발되어야 한다. 물론 그 개발의 효과는 특정 지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파급될 것이다. 다만 다른 주체의 소유지 위에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하고 그 소유권에 대한 이용료는 지불해야 한다. 이럴 경우 당진이 소유권만을 주장할 것인지 이용권까지 주장할 지는 향후 추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적 이익을 위해 광역단위의 개발주체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지역간 연합을 통한 개발 조합을 결성한다든지 별도의 연합체로서 공사를 발족시켜 개발시켜도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의 평택항 경계 구역 설정 사례는 지방화 시대에 협력체계를 통한 정책과정의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의 주관으로 매년 2회씩 ‘부산항 시민대학’을 개최하고 있다. 직장인, 주부, 학생, 공무원 등 1백여 명을 대상으로 이론 학습, 현장실습 등을 개최하고 있으며 광범위한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이 흔히들 말하는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이다. 평소에 이러한 네트워크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지역 사회의 협조를 통해 장기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신뢰가 쌓이는 것이다.

평택항을 통해 경기도의 물류 체계를 재설계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수단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 만큼 경기도민 모두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원 희 한경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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