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형벌의 꽃

나는 업무상 수녀님들을 자주 만난다. 세상에 그늘진 곳 노인, 장애아 시설은 거의 수녀님들이 있다. 나는 그곳에서 천사 수녀님을 보았다.

불우 노인들은 두 종류로 나누어진다

생활보호대상자로서 가족이 없는 노인은 무료 양로원에 입소되어 그곳에서 임종때까지 책임을 지어 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그런데 가족이 있으나 가족이 돌보지 않아 버려진 노인들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영세민을 만들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그들은 돼지 움막 같은 집에서 쥐들과 함께 생활한다. 이웃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병이 걸렸는지 밥을 먹고 사는지 전혀 관심 없다. 그런 곳을 매일 60개의 도시락을 싸서 찾아가 그들에게 나눠주고, 일주일에 한번씩 목욕을 씻어주며 암이 걸려 3개월 밖에 남지않은 노인을 임종때까지 지극 정성으로 돌보시는 수녀님을 보고 있으면 이 분이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내 자식 잘되라고 매일 기도하고 내 사업 잘되라고 매일 기도한다. 이 수녀님은 자기를 돌볼 시간이 없다. 연약한 수녀님이 노인들을 목욕시키기 위하여 수녀원에 데려오려고 너무 많이 업어서 허리가 아프시다고 한다. 남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이 수녀님의 삶 전체이다.

수원보호관찰소는 이런 곳에 사회봉사명령대상자를 보낸다. 사회에 그늘진 곳, 남이 돌보지 않는 장애인시설, 노인시설에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일주일에 두 세 명씩 보낸다.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다가 한 3일정도 지나면 익숙해진다. 나중에는 떠나는 것이 아쉬워 입맞추며 급기야는 그 시설의 후원자가 된다.

형벌을 집행하면서 이런 좋은 제도가 있을까? 만약 이들이 교도소에 갔다면 그 가족들의 고통과 혹시나 모를 교도소에서의 범죄오염 등 문제점이 너무 많다. 그러나 사회봉사명령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직장도 잃지 않고 그리고 벌을 받지 않았으면 평생 가보지도 않았을 장애인시설에 가서 장애인의 심정을 이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봉사명령을 종료한 거의 대부분의 대상자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나는 무엇이 부족해서 죄를 지었나?” 후회를 하며 절대로 죄를 안 짓는다는 결심을 한다. ‘형벌의 꽃’인 보호관찰제도, 이 제도를 국민들이 적극 활용해주기를 소망한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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