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신행정수도이전특별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은 사례는 수도이전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전에 자율적 협상이 아니라, 일종의 타율적 해결책인 법률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해결능력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시민단체의 수가 많아지고, 개방적 통신수단이 활용되면서 사회현상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봇물처럼 제기됨에 따라 과거에는 단순한 사회현상이었던 사안들이 사회적 쟁점으로 발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쟁점이 민주화라는 한 가지로 수렴되었기 때문에 쟁점의 본질에 대한 진단이 비교적 쉬웠지만, 최근에는 동일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마녀재판식의 여론 조성 등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세력을 과시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더욱이 한 가지 쟁점도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에 4대 법안과 같은 굵직한 쟁점들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문제해결 양상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학, 언론, 과거사, 국가보안법의 주요 쟁점들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큰 이론이 없는 듯하다. 다만, 그 개혁이 지금 이루어져야 하는가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판단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한편, 이러한 사회적 쟁점들이 제기된 배경에는 법안에 관련된 당사자들이 제공한 부분도 있다. 소수의 문제로 인해 다수가 피해를 보는 형태가 되었지만,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집단들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정화하지 못하면 외부의 힘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가진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규모 집회를 마련하여 참여를 독려하고,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학교를 폐교하겠다는 식의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면서 투쟁으로 상대방을 완전히 굴복시키려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와 타협의 정신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상대방에게만 탓하는 주장들이 남발되면서 수단만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그 결과는 사회적 통합이 와해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형상이 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회적 쟁점에 대한 구성원간의 갈등은 언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러한 갈등이 관행적인 것인지 또는 파행적이 될 것인지는 각 사회가 가지고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쟁점이 자유롭게 제기되고, 다양한 쟁점을 사회체계에서 소화해낼 수 있다면 이는 이른바 ‘역동적 균형의 상태’로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발전의 축이 된다.

그러나 쟁점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는 주어지지만, 그것을 수용하지 못하거나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누가 무엇을 주장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세의 과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모든 주장과 행위에 대한 책임은 자기에게 있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온갖 시빗거리를 가져올 수 있는 잠정투표제를 무리 없이 도입하여 운영한 미국의 대선에서, 백중지세로 끝난 자신의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하고 승자에게 국민통합을 요구하는 모습은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국민과 사회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와 행위양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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