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판결전조사

근래 경기가 좋지 않아 생계형 범죄가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워 범죄를 하였다고 하면 일부 동정하는 마음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당연하지’ 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얼마나 일을 하기 싫으면 저런 범죄를 할까, 차라리 막노동이라도 해서 먹고 살지’ 등 여러 가지로 얘기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판단을 하는데는 자신의 경험적인 측면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되며 범죄에 대하여 각자가 느끼는 정도와 판단 기준도 상이하다.

법원에서는 사람들이 범죄를 행하였을 때 죄질과 범행정도에 따라 엄격한 심리과정을 거쳐 법의 잣대로 각기 다른 판결을 한다. 그러나 갖가지 범죄행위에는 딱딱한 법적 잣대로 판단하기에는 간과하기 쉬운 중요한 사건의 진면목들이 많이 있다. 얼마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영철 사건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법원에서는 이례적으로 유영철의 재판 중 보호관찰소에 판결전조사를 의뢰하였다.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범죄사실만으로 알 수 없는 피고인의 또 다른 면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판결전조사란 피고인의 범죄사실 외에 성격, 성장과정 등 피고인을 둘러싼 각종 정보를 조사하여 판결에 활용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조사는 보호관찰의 집행현장에서도 개인의 조사자료를 활용하여 재범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범죄자가 건전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력하고 사회를 보호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보호관찰관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힘을 합칠때 가능할 것이다.

현재 판결전조사는 소년범에 한해 조사하도록 규정되어 있음에도 최근에는 각 법원에서 성인범 위주로 조사를 의뢰하여 재판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는 입법적 불비로 현재의 추세를 감안하여 성인에 대해서도 법제화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혹자는 ‘법 집행 기관인 보호관찰소에서 조사를 행하고 있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 라는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물론, 다양한 사람들의 모든 사항에 대하여 법집행기관에서 정확하게 조사하고 사회보호기능까지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의 판결전조사는 재판 과정에서 양형판단과 처우의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판결전조사 대상의 확대는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의 인권신장에도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김종호 수원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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