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상처 입은 열망도 길지 않음을-정영하

창문을 열어 본다

밤새 무서리가 하얗게 덮인

오불꼬불한 놀이터 모래밭이 보인다

어제 저녁 호빵을 사오던 길에 보았던

터진 고무공, 조그만 고무공이

그네 아래 아직도 있다, 침묵에 익숙한 듯

바람 빠져나간 일그러진 고무공,

밤새 신열을 앓았나보다

몸 아래 젖은 그늘이 선명하다

서서히 어둠이 빠져나가던

깊이가 다른 조그만 발자국 그늘마다

따듯한 아침 햇살이 퍼지겠지만

하얀 홑이불을 끌어 당긴 작은 공

아침마저 뿌리치고 싶은 건 아닌지

아침 공기가 / 한 장 남은 달력을 길게 흔들어 놓는다

<시인 약력> 경기 화성 출생 / ‘詩魂’ 동인 / 경기시인협회 회원 / 수원시청 주민자치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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