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파트 내 상가에 과일을 사러 들렀다가 가게 주인과 물건을 사러 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엉뚱하게 대학 시절 배웠던 도덕 발달 단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가게 주인도 지난 10여년 간 보아온 바로는 아주 평범한 소시민이고, 물건을 사러 온 중년 남성도 그리 보였다. 대화 내용은 행정수도 이전 관련이었다.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충청권 주민의 엄청난 문제 제기와 연일 벌이는 시위와는 다르게 아주 잠잠해진 수도권 지역 주민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듣고 싶어 천천히 물건을 고르며 그들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야기 핵심은 집값 떨어질게 뻔해 반대를 했지만 20년 뒤면 자기 행동에 후회를 하게 될 것이고 그 때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거란 이야기였다. 그 중년 남성도 그 말에 동감을 하며 요즘 수도권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그리고 자기 고향의 심각한 노령화와 피폐함도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수도권 분산의 필요성을 아주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물론 행정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의 집단 행동을 도덕 발달 수준에 적용하는 것은 말도 안 될 수도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국가보안법을 포함 4대 개혁 입법)을 유발하는 개인 행동의 도덕적 수준을 살펴보고 싶어 졌다.
인지심리학자 콜버그(Kohlberg, Lawrence)는 인간의 도덕 발달을 3수준, 6단계로 구분했다. 그는 인간의 도덕 발달은 개인의 심리 인지적 구조와 사회 환경의 상호 작용에 의해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성숙해 간다고 주장했고 가장 성숙된 도덕성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무엇보다도 정의와 휴머니즘 원리에 입각해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장 낮은 수준의 도덕인 ‘인습 이전 수준의 도덕성’은 선악의 개념은 가지고 있으나 보상이나 처벌을 가져다 주는 행위 결과나 외적인 권위에 비추어 해석하는 단계로 내게 이익이 있으면 옳은 거고 내게 해가 되면 나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라 했다.
다음 단계는 ‘인습 수준의 단계’로 집단의 기대에 따르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되는데 이 때 사회적 정서에 피동적으로 따른다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질서를 유지하고 정당화 한다는 것이다. 즉 대인 관계와 법과 질서를 포함하여 합법적 권위를 존중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수준은 ‘인습 이후 수준’으로 도덕적 가치와 권위가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과 관계 없이 그 자체로 타당성을 가지는 것으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도덕 수준을 말한다. 공정성, 정의, 인간 권리의 상호성, 평등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포함하는 도덕 원리에 입각한 행동을 말한다.
행정 수도 이전 논란 과정에 보여준 시민의 반응과 정치권이 보여준 행동을 콜버그 도덕 발달 단계 이론의 틀에 맞추어 돌아보니 우리 사회의 도덕 수준은 인습 이전의 도덕성, 즉 초등학교 정도의 도덕 수준 밖에 돼 보이지 않는다.
행정 수도 이전 반대 논리가 천도 논쟁과 관습 헌법까지를 동원했지만 결국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충청권은 충청권 대로 이해득실에 따라 반대하고 찬성하지 않았나? 정치권은 표를 의식 분위기를 부추기고 여론은 본인들 입맛에 따라 여론을 조작하지 않았나?
최근 신자유주의 물결로 전치된 인간 가치의 목표를 ‘부의 욕망’으로부터 ‘도덕성 회복과 성숙’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그 시각으로 행정수도 이전, 4대 개혁 입법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절대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오직 이해득실에 따른 밥그릇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한 옥 자 경기시민사회포럼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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