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화장은 대체로 불행한 경우에 한했다.
몹쓸 병에 걸려 죽었거나 연고자가 없는 경우, 아주 가난해서 매장할 여건이 안 될 경우에 화장을 한 것이다. 당시 화장장이라는 곳을 가보면 아주 을씨년스럽고 불결하기까지 했다고 기억된다.
보통 사람이 죽으면 3일 내지 5일 후에 매장을 한 게 우리의 장례 문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산소가 매년 여의도 면적만큼씩 국토를 잠식한다는 말과 더불어 이제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급기야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화장 서약서 쓰기운동(?)까지 벌이게 됐다.
단순히 매장과 화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필자도 당연히 화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너무 현실적 측면만을 생각한 가운데 화장에 대한 장점만을 부각시키다 보면 인간의 존엄성과 더불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너무 가벼워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돌아 가셨다”는 말을 쓴다. 이는 이승 외에 저승 세계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케 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사자에 대한 예를 장사라는 이름으로 엄숙하게 의식을 진행하여 그가 왔던 자연으로 되돌려 보냈다.
그 방법을 보면 사자를 땅에 묻는 매장(埋葬), 불에 태우는 화장(火葬), 시신을 땅위에 놔둔 후 일정시간이 흐르면 뼈만 처리하는 풍장(風葬), 그리고 물속에 지내는 수장(水葬)등이 있다. 이 모두가 결국은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다양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장례 문화는 매장에 따른 단독묘지에서 합장, 그리고 화장을 통한 납골 방식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시 소규모 납골당에서 대규모 납골당으로 또 야외 납골묘로 변모해 간다.
이는 이승 세계에서의 주거 문화와 저승 세계에서의 주거 문화가 아주 유사한 경우라 하겠다.
우리는 명절이나 중요한 날이 되면 집안 어른들을 찾아뵙는다. 그 동안 사자들에게도 똑같은 마음가짐과 예를 갖추어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예는 장례 문화와 함께 잘 지켜갔으면 한다.
/김 동 훈 한국건축가협회 경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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