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華城 천도’는 현대판 ‘뉴딜정책’
역사는 현대 사회의 거울이다. 역사는 과거(씨줄)와 현재(씨줄)의 정반합을 통해 변증법적 발전을 거듭한다.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정책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개혁정치가 내포하는 의미와 그 한계는 정조시대의 화성축소 등을 아우르는 개혁정책에서 유추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정조는 왜 수원에 화성행궁을 짓고 천도를 시도했을까?
▲정치적 위기
정조는 국왕으로 등극한 후인 1977년 7월과 8월 두차례에 걸쳐 궁궐안의 내시·궁녀들과 결탁한 홍계희 등으로부터 창덕궁 시해 시도를 받는다.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기게 되는 정조는 이날 이후부터 규장각에서 새벽닭이 울기 전까지 신발을 벗지 않은 채 잠을 자는 등 항상 신변보호에 위협을 느켰다.
특히 정조는 의정부는 물론이고 언론 삼사와 병권, 그리고 환관세력까지 장악한 노론 벽파가 인재 탕평과 같은 개혁정책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지 못해 왕좌로부터 축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정조는 이같은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재위 18년 화성행궁을 아우르는 ‘화성 축조’사업과 군제개편의 핵심인 ‘장용외영’의 대대적인 정비해 나갔다.
정조는 왕권강화를 통해 노론 변파의 반발로 무산된 토지제, 노비제 등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화성으로의 천도’와 ‘군 개혁’을 시도한 것이다.
정조의 천도문제는 사도제자 문제를 중심으로 한 당시대의 고유한 정치집단간의 갈등, 서얼 세력과 평민의 참여문제 등 체제모순을 해결키 위한 정치적 대응방식이 이뤄졌다.
더 나아가 정조의 ‘천도’라는 정치적 개혁 조치는 붕당세력들의 재편을 촉진했고 조선시대 말 개혁과 보수를 대변하는 당쟁으로 귀착될 정도로 그 의미와 파장이 매우 컸다.
▲현대판 뉴딜정책
정조는 즉위 2년 6월4일 자신의 개혁정책의 노선을 상징하는 경장대고를 발표했다. 정조는 당시 시대를 “큰 병이 든 사람이 진원이 이미 허역하여 혈맥이 막혀버리고 혹이 불거지게 된 것과 같은 모양”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기록은 정조가 재위하던 시대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대변해 준다.
당시의 농촌은 10가구중 9채의 집이 공실이었을 정도로 많은 이농민을 양산했으며 이들은 저잣거리나 서울로 몰려들었다.
실업민들은 대체로 주린 배를 달랠 쌀 한뒷박과 물 한 보시기(14년 1월29일)를 구하지 못해 굶어죽거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같은 어려운 시기에 정조가 추진한 화성 축조 공사는 ‘현대판 뉴딜 정책’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정조는 정치개혁과 백성들의 곤궁을 극복을 도모하기 위해 화성 축성과정에서 궁중의 내탕금과 금위영·어영청으로 들어갈 군비를 전환해 노임 등 화성축조 비용으로 지출, 백성들이 생계를 잇는데 도움을 줬다.
이와 함께 당시 가장 소외세력이렸던 평안도와 함경도 등 서북지방 사람들을 화성축성에 참여시키고 무사들은 장용외영으로 등용시키는 포용정책을 벌이면서 체제유지를 공고화했다.
수원 화성사업소 김준혁 학예사는 “한국 지성계의 뜨거운 화제로 떠올랐던 ‘행정수도 이전’의 의미는 정조의 수원 화성 성역화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며 “최근들어 세계문화유산 수원의 ‘화성’이 국내·외 관광객을 비롯, 역사학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천기자 junsch@kgib.co.kr
■인터뷰/김 용 서 수원시장
“화성을 세계 민속촌으로…국제관광도시 조성”
“화성행궁의 성역화는 수원이 세계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기틀이 되는 동시에 막대한 관광수입과 고용창출 효과 등 지역경제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오는 2011년 개최될 제3차 세계문화관광평화 포럼의 성공적인 유치를 통해 전세계에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의 참 진가 등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알리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가 개최하는 이번 포럼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세계적인 엑스포 등의 규모로, 연극과 영화, 음악, 학술대회 등 문화계 전반에 걸친 다양한 공연과 예술행사가 펼쳐져 또 하나의 문화올림픽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시장은 “화성행궁 등의 성역화가 거의 마무리되는 2011년에 수원에서 포럼이 열리게 되면 예술가를 비롯 국내·외 관광객이 3만여명 이상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수원 화성이 국제관광 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성 성역화 작업은 ‘화성’을 다시 쌓을 정도의 대규모 사업이어 예산확보가 매우 시급하다.
시는 이를 위해 주택공사와 ‘화성복원 및 주변정비를 위한 협력사업 기본협약’을 맺는 등 다각도로 대안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 시장은 “화성복원이 그동안 본격 추진되지 못한 것은 엄청난 사업비와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화성 안팍의 택지를 조성해 분양해 얻는 수익금 1조3천원을 감안하더라도 4천여억원의 사업비가 모자라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시장은 “중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에 행궁을 배경으로 촬영된 ‘왕의 여자’나 ‘다모’ 등이 방영되면 수원이 한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와함께 김 시장은 ‘화성’은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관리해야할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화성복원도 중요하지만 더이상 훼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원시민 모두가 화성 ‘홍보요원’이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전상천기자 junsch@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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