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그곳에 가면 삶의 방향이 보인다

인생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사회적 환경에 따라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영향을 받게 되고 지속적으로 시련을 겪게 된다.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누구나 잘 살고 싶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다보면 현실에 안주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듯 무미건조한 하루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필자가 살아오면서 이러한 일상의 나태함을 반성하고 삶에 활력소를 불어 넣는데 있어서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는 몇 군데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중 하나가 대형도서관이다. 책장에 진열된 엄청난 양의 도서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미미한 것인가를 느끼고, 열람실에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위해 열중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겸손을 배우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또 하나는 재래시장이다. 그곳에 가면 삶의 치열한 현장을 접하게 되어 좋다. 물건을 팔려고 하루 종일 목청껏 소리치는 상인들을 보면서 그동안 사회제도에 안주하면서 나태한 삶을 살지 않았는 지 되돌아본다. 또한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갖가지 야채, 곡류들을 오밀조밀하게 쌓아놓고 거스름돈을 교환하는 모습에서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진지함에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다음은 교도소 등 형사사법 구금시설이다. 필자도 형사사법 분야에 종사하고 있지만, 위압감을 느끼는 담장과 삼엄한 경계 속에 정해진 규칙에 따라 통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이유든지 간에 최소한 타인이나 사회에 피해를 주는 범법자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병원 중환자실이나 영안실이다. 각종사고나 질병으로 병원을 찾게 되면, 평상시 소홀 했거나 방치했던 건강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이 얼마나 커다란 의미로 살아 있는 자에게 다가오는지를 절감한다. 우리는 백년도 채 못 사는 인생임에도 욕심과 아집으로 주위사람들과 싸우고 마음에 상처를 주곤 한다. 그곳에 가면 건강할 때 살아 있을 때 최선을 다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고,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시대에 따라 사람도 변하고 환경도 변하며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존재하는 현재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천 종 범 의정부보호관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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