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농업시대 여성의 역할

‘글로벌(global)’의 사전적 의미는 지구 전체의, 세계적인, 세계적 규모의 라는 뜻을 갖고 있으나 필자가 화두로 하는 글로벌농업의 글로벌은 경쟁하는, 경쟁의, 시장경제농업 이라는 의미에 뜻을 두고 싶다. 고도산업사회로의 전환과 UR협상에 이은 WTO, DDA협상 등으로 개방화가 가속화 되었고 급기야 한·칠레 FTA협정 등으로 발가벗겨진 우리농업은 고사직전의 세기말적 증상에 병들어 가고 있다. 정부에서는 농업의 구조조정이니 환경농업이다, 관광농업이다하며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아무도 그 성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농업의 발전은 60~70년대 절대부족한 식량의 증산을 통일벼로 극복하고, 80년대 백색혁명은 계절을 넘나들어 연중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해 과히 혁명적인 성과를 거두었지만 우리농촌은 예나 지금이나 특별히 좋아진 것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농촌지도직 공무원으로 한 평생을 지내오면서 오늘날 농촌을 뒤돌아보며 회한이 크다. 그 동안 물질적인 것과 물량 키우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하는 좌절감이 앞선다.

산업사회로의 발전은 도시문제, 쓰레기문제, 빈부격차의 심화를 잉태하였고 그 해결책으로 인간성 회복 등 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넘지 못하는 타개책 또한 감성·지성 등이 돋보이는 문화적 콘텐츠를 제품과 산업에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의 핵심은 인간, 즉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가며 급속한 발전과 오늘날 밥술이라도 먹게된 것은 머리 좋고 문화를 사랑하여 감정이 풍부하며, 열심히 일한 인적자원을 잘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 어려워진 농촌의 타개책은 인적자원이란 돌파구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적자원 중에서도 여성인적자원의 활용을 제안하고 싶다.

오늘날 우리 농촌은 노령화·부녀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업의 구조도 증산 일변도에서 고품질 환경농업, 관광농업, 농산물가공, 직거래 등 시대적 변천이 여성농업인이 더욱 중요시 되는대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정책은 어떠한가. 아직도 우리 주변은 성적 차별이 심화되어 있고 특히 농촌의 여성농업인은 활동에 많은 제약이 있지 않은가. 정부에서는 늦게나마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많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그것마저도 농촌여성들에게는 혜택과 접근이 전무한 상태다.

농림부 여성정책과에서 내놓은 2005년 여성농업인 육성계획을 보자. 그 골자는 크게 ‘여성농업인 경영능력 강화’ ‘여성농업인 지위향상 촉진’ ‘여성농업인 삶의 질 제고’ ‘여성농업인 정책시스템’의 구축으로 대별되나 여성농업인을 매일 만나 그 일을 추진하는 일선공무원으로 그 면면을 보면 그 법적·제도적 장치가 아직은 미흡하다. 특히 지리적·시간적·소득차이 등 농촌의 특수사정을 고려하는 데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평등사회, 같이 사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하고, 내일의 희망인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것처럼 오랜 세월 남성중심의 사회와 전통적으로 폐쇄적인 농촌의 여성농업인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사고와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는 예산의 일부를 우선 배정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사회구성원들도 편견과 아집을 버려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노력이야말로 글로벌시대의 대책일 것이다.

아울러 여성농업인에게 당부를 드리고 싶다. 열거한 모든 생각의 주인공은 여성농업인이며 그 성공의 열쇠와 책임도 여성농업인에게 있다고.

/김 봉 수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생활문화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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