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청소년의 달, 한 가지 결심

최근 청소년들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 소식은 청소년의 달 5월을 앞두고 건전한 청소년성장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첫째 사건은 편의점 습격사건으로 명명된 일이다. 이 사건은 영화의 가상적 내용이 청소년의 실제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일에 가담한 학생들은 사회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거나 도덕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친구들과 흥미위주의 영웅담을 나누었을 것이다. 그 처리방향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지만, 그 행동의 기저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쉽게 물질을 얻으려는 의식이 작용하였고, 집단의 힘으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는 점은 지적되어야 한다.

둘째 사건 역시 모일간지에서 공연장 습격사건으로 명명하여 보도한 일이다. 공연을 보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한 학교 숙제의 일환으로 공연장에 참석한 학생들이 남을 의식하지 않는 대화로 공연을 망치게 한 일이다. 이 일은 몇 년 전부터 회자되던 일화, 즉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아이들이 떠들고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주변의 지적에 대해 자기 아이 기를 죽인다고 항변 받던 일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 당시 어린 학생이 자라 이제 공연을 관람하러 갈 정도의 청소년으로 성장한 것이다. 자기 아이만 생각하던 어른들의 미숙한 판단으로 공공장소에서의 기본예절이 있는지 조차에 대해서도 무관심한 청소년을 만들어낸 것이다. 타인을 존경하지 않으면 결코 자기 자신도 존경 받을 수 없다. 자기 자신이 중요하면 타인도 중요하다는 역지사지의 사고가 요구된다.

셋째 사건은 매일 술에 취해 자신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목 졸라 죽인 한 여중생과 관련된 기사이다. 실정법에서의 가해자이자 동시에 현실적이고 정신적인 피해자인 이 여학생의 양면적 입장 때문에 사회 각계에서 구명활동이 전개되고 있는 이 사건기사는 아무리 환경이 어렵더라도 가정의 화목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보여준다.

청소년기의 중요성과 청소년 문제의 현상과 처방들은 이미 수 없이 널려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에 대한 그 어떠한 언급도 진부한 표현이 될 정도이다. 실제로 집단 괴롭힘으로 대표되는 사건들이 너무 빈번하게 보도된 바 있어, 이제 청소년 사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시큰둥한 무관심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이런 사건들을 굳이 인용한 것은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한 노력은 어느 한 당사자만의 책임이 아니라, 관련된 당사자가 각자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수행을 해야만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은 우리 자신들의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청소년에 대한 본보기 생활인의 모습을, 가정에서는 기본적인 질서와 도덕심의 엄격한 실천을, 학교에서는 올바른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생활과 자세를, 그리고 사회에서는 아직도 힘들고 소외된 계층에 대해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등의 역할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특히 가정에서는 자기 자녀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물질로 해결하려는 자세와 자기 자녀만이 중요한 것처럼 보호하려는 견강부회 논리를 버려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번 청소년 달에는 모두가 아주 작지만 실천이 가능한 한 가지 결심을 하고, 실천하는 달이 되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놀이동산을 가거나, 자녀에게 선물을 주기 보다는 복지시설을 방문해 보거나, 힘들지만 사람들이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을 둘러봄으로써 함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체험 학습의 기회를 만들었으면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청소년들의 창의성과 모방의식이 작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청소년기의 창의성과 모방의식은 그 한계가 없다. 부정적인 방향으로 창의성과 모방의식이 작용한 것이 청소년 문제라면, 그 작용 방향을 바꾸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역할인 것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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