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은사님이 들려주었던 유학시절 이야기 한 토막이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왜 대학교육을 받는가하고 물었더니,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었다.
이런 답을 듣던 교수님이 주머니에서 10달러 지폐를 꺼내 학생에게 주면서, 학생은 이제 없던 돈을 벌었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을 받았는가에 대해 재차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취업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만일,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 맞는다면, 굳이 어렵게 대학을 다닐 필요 없이, 더 일찍 학교를 떠나 돈을 버는 길이 현명한 일이다.
만일 아니라면, 돈과 관련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야 할 것이고, 마땅히 그에 맞는 교수-학습행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2008학년도 입시제도와 관련하여 유례없는 고교생들의 연속 자살과 촛불시위, 그리고 대학과 정부간 긴장을 가져오고 있다.
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을 정책의 모르모토로 삼지 말아달라고 한다. 이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남이 공부하는 기회를 없애기 위해 사물함의 교과서나 참고서가 없어지고, 노트를 빌려 주려하지 않고, 친구를 사귀기가 어렵고, 학교와 학원이나 오고가는 기계나 다름없고, 한 번 시험을 잘못 보면 마치 인생의 끝인 것처럼 생각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대학마다 반영하는 교과가 다르니, 원하는 대학을 먼저 정해 그 과목만을 열심히 하라고 하지만, 국민공통 교육으로서의 고교 교육을 포기하는 조언이다. 대학에서는 입학생들의 학업능력에 편차가 심하고, 현재의 제도로는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보완하는 대안에 대해 정부에서는 사교육의 과열과 사교육비 부담,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우려 등을 근거로 안 된다고 한다.
오죽하면 시위를 하겠는가 할 정도로 고교생들의 삶은 사실 누구나 연상할 수 있는 정상적인 교육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에게는 그에 맞는 도구를 주어야 한다.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많이 주었다고 하지만, 3불 정책을 지속하고, 내신과 수능 등급의 간격을 넓게 잡는 이상 실제 학교가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입시제도의 변화를 항상 사교육과 관련시키는 정부의 입장에는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더 많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자의 교육에 대한 투자격차가 있고, 그로 인한 형평성과 사회적 위화감, 그러한 결과가 대학진학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 주장하지만, 정부가 어떠한 대안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사교육 시장은 그에 맞게 발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교육과 입시 제도를 말할 때 우리가 우선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는 교육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란 점이다.
교육 경쟁력은 교육의 질적 수월성 자체에서 나와야 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교육정책의 초점은 국가간 경쟁력에 두어야 하고, 그 경쟁력은 국민공통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고교교육이 튼튼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고교 교육이 대학 진학교육으로 변질된 것을 되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 않는 학교생활 분위기를 조성해 투입해야 한다.
또한 교육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는 높은 쪽을 깎는 것이 아니라, 소외계층에 대해 직접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격차를 줄이려는 정책으로 시각을 수정하여야 한다.
이제까지 튀어나온 부분을 깎아 평준하게 만드는 하향 평준화의 교육 정책은 사라져야 한다. 대학 입시제도 역시 상향 평준화의 관점으로 보면, 기여입학제와 같은 극히 일부의 제한을 제외하고는 대학에 모든 선발권한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고 순 철 협성대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