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행정품질관리

얼마 전 열린 우리당에서 행정구역 개편 안을 제시하였다. 광역자치단체를 없애고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하여 일 계층의 자치를 하겠다는 안이었다.

정치적 실세의 한 사람이라는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내년이 마지막 도지사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말도 하였다. 도 무용론의 연장에 있는 발상이다. 시군은 주민에게 직접 전달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도청은 기초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사이에서 광역적 조정을 하는 기능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도의 기능과 도가 생산하는 정책에 불만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그러나 현실이 어렵다고 모두가 죽자는 열반의 오류(Nirvada Fallacy)에 빠질 수는 없다. 그러한 맥락에서 행정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행정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건은 정책의 정당성과 적실성이다.

정당성은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느냐의 문제이다. 흔히들 공무원이 사용하는 언어와 논리가 시민사회의 그것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한다. 법이라는 제도적 굴레와 형식적인 논리에 빠져 시민사회의 논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도청 공무원이 힘들다고 바쁘다고 하는 일들을 보면 스스로 일의 굴레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들 때가 있다. 사회의 모든 업보를 혼자 지고 있는 양 고민하고 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을 잘 활용하면 쉽게 그리고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학자들은 거버넌스를 구축하라고 한다. 네트워크 행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좀 거칠게 표현하면 정부가 다양한 조직을 연계하는 단추를 잘 마련하고 단추를 누르는 행정을 하라는 것이다. 이 단추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축이 행정이 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관리를 한다면 u-network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중앙부처의 경우 위원회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 위험하다고 이야기 한다. 정치적 법적 책임이 없는 위원회가 관료조직을 대체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위원회가 적절한 자문을 하고 견제를 하는 기능을 한다면 순기능을 할 수도 있다.

교육학에 임지교육(臨地敎育)이라는 것이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결과만 보고 받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학생들과 같이 활동하는 교육방식이다. 사제동행(師弟同行)이라고도 한다. 진부한 표현으로 현장행정을 하자는 것이다. 젝 웰치 회장은 이를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라고 표현하였다. 조직이 외부와 접촉하는 순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주차를 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좋은 물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교육원에 교육을 받으러 가면서 주차장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비서와 전화를 하면서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사장의 친절은 전달되지 않는다. 조직의 접점에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현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혁신은 리더가 깃발 들고 나가는 것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 현장에 있는 사람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이 스스로 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관은 지시하고 보고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팀을 짜서 같이 움직여야 한다. 관료사회에서 흔히들 업무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받아도 의전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언명이 있다. 문제는 의전을 즐기는 상관이 있기 때문이다. 의전행정, 지시행정이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고 현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의 지방행정은 중앙정부가 지시 공문을 보내면 그것을 집행하는 천수답 행정을 해 왔다.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는 행정이다. 환경부에서 환경정책을 내려주면 그것을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환경과장은 아파트에서 분리 배출된 쓰레기를 직접 뜯어보고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는 능동성과 적극성이 요구된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다가가는 한 단계 업 그레이드 되는 경기도정의 행정 품질 관리를 기대해 본다.

/ 이 원 희 한경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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