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도 다국적 시대에 안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시장에서 팔리는 식품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인력이나 장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식품 특히 수입식품 관리에 너무 소홀하다. 무방비 상태나 다름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민의 건강과 위생 상태를 심히 불안하게 하는 일이 또 터졌다. 수입식품의 검사를 맡고 있는 식품위생검사 기관 8곳 전부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났다.
수입식품의 절반 이상이 들어오는 부산항의 경우, 수입검사원이 중국산 고사리를 눈과 코를 사용해 검사하는 게 고작이다. ‘통관’ 절차도 참으로 해이하다. 육안 심사를 거친 식품 중 처음 수입되거나 의심되는 식품만 ‘정밀검사’를 하고, 한 번 통과된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은 육안과 서류검사로 3년 간 무사통과다. 더구나 육안·서류검사 중에는 임의로 선별 검사하는 ‘무작위 검사’도 있다.
올 7월말까지 수입된 중국산 식품은 3만2천45건으로 이 중 불합격 판정은 0.5%(169건)에 불과하다. 중국산 식품이 이 정도로 안전한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밀검사와 무작위 검사를 받은 것은 20%에 그치고 나머지 80%는 눈으로 훑거나 서류 2~3장만 보고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간식용 고구마 스낵과 빵을 만드는 데 쓰이는 중국산 ‘망고 조각’에 이산화황이 기준치보다 각각 10배, 4배가 넘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처음 수입해 올 때 정밀검사 한 번만 통과되면 다음부터는 3년간 서류검사로만 끝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통과된 것이다.
식품 통관의 허점은 도처에 있다. 식품의 정밀검사를 맡고 있는 수입식품 검사기관들도 일조를 하고 있다. 불합격 판정이 나온 것을 합격으로 시험성적서를 조작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시약을 사용하기도 했다. 더구나 보따리상들이 거래하는 농산물이 전체 수입량의 10%를 차지하는 데도 아예 검사를 받지 않는다.
불량식품 단속권을 가졌으면서 선거철 표를 의식해 단속을 꺼리는 시·군·구의 행정도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그야말로 식품안전관리에 총체적인 불감증이 걸린 상태다. 식품의약청의 기능 대폭 강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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