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 19년(1882년) 5월22일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맺을 때다. 청나라 사신 마건충(馬建忠) 등이 알선해 미국과 맺는 조약 체결에 청나라는 자국의 용기(龍旗)를 변형해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거부하고 예로부터 전해오는 태극 문양의 ‘태극도형기’(太極圖形旗)를 임시국기로 만들어 쓴 것이 태극기의 효시다. 이어 ‘태극도형기’에 8괘(卦)를 새로 넣었던 것을 1882년 9월 일본에 수신사로 간 박영효가 지금의 ‘건곤감리’ 4괘만을 넣어 국기로 썼다. 이 ‘태극 4괘’도안의 태극기가 왕명으로 정식 국기로 공포된 것은 이듬해 3월6일이다.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국기통일양식을 제정했으나 이땐 일제 강점기였다. 광복후 건국 이듬해 10월15일 오늘의 태극기를 국기로 삼았다. 태극기엔 이같은 민족사적 정통성이 깃들어 있다. 태극기는 또 5대 정신이 담겼다. 기면 바탕의 흰색은 평화, 태극의 원형은 단일, 청홍음양은 창조, 건곤 양괘는 무궁, 감리 양괘는 광명의 정신을 각각 상징한다.
(사)대한노인회경기도연합회수원시장안구지회(회장 윤인용)는 광복 60주년 기념행사로 ‘태극기변천사 전시회’를 무궁화 전시와 함께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고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쓰던 태극기(143㎝×80㎝), 두꺼운 광목천 외 61점과 안중근 의사 유묵 병풍외 12점 등이 전시됐다. 이밖에 감은사터(682년), 화엄사터(1328년), 공민왕릉(1365년), 건원릉(1408년) 등의 전통적 태극 문양도 공개됐다. 조선조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중국과 미주 등지서 독립운동하며 사용했던 이봉창 의사 및 윤봉길의사 태극기, 광복군 태극기, 미주지역한국독립회 태극기, 3·1운동 태극기 등도 전시됐다. 광복후 6·25전쟁 때 쓴 태극기도 있다. 모두 60여점에 이르는 전시품은 태극기의 변천사를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는 국민적 교육 마당이라는 자긍심을 갖는다. 태극기 그리기와 국기게양 교육과 함께 헌 태극기는 무료로 교환해주기도 한다.
태극기는 나라의 표상이다. 국기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것 없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불행히도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을 보기가 드문 것은 정말 부끄러운 현상이다. 심지어는 관공서에서 국기를 거꾸로 게양하는 등 잘못 게양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태극기에 대한 국민적 경외심이 부족하고 태극기와 가까워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국기에 대한 교재나 책자를 사려고 해도 시중 서점에선 살 수가 없다. 건물 신축시엔 국기게양대 설치를 의무화하고 게양식과 하기식을 부활하는 등 법률적 의무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태극기 판매소나 헌 태극기 교환을 시·군·구청과 동사무소 등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단이기와 지역이기, 계층간 위화감이 심한 현실에서 민족의 정체성 확립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첩경이 태극기 사랑의 일체감이라고 믿는다. 태극기 사랑 분위기의 확산이 국민 의식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 노인회가 그간 태극기달기 캠페인을 벌여오고 앞으로도 지속하고자 하는 이유가 이에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태극기와 함께 나라꽃을 전시하는 무궁화는 화랑 무궁화 외 30점에 이른다. 우리 민족의 근면·순결성과 강인함을 닮은 무궁화는 예로부터 많아 우리의 강산을 근역삼천리(謹域三千里)라고 불렀다.
광복60주년을 맞이해 갖는 ‘태극기 변천사 및 무궁화 전시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나라사랑 국기사랑 무궁화 사랑’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많은 참관이 있기를 당부한다. 숙연한 마음 가짐의 유익한 시간과 공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노인회는 ‘태극기사랑 운동’을 더욱 더 줄기차게 벌여갈 것이다.
/임 종 화 (사)대한노인회장안구지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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