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의 곡식이 영글기엔 아직도 남은 햇살이 소중한 때다. 말을 나누고 글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가을. 지역마다 예술문화 축제가 이어진다. 예술은 삶의 소중한 요소다.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미술, 문학, 사진, 건축 등 전시예술과 음악, 무용, 국악, 연예, 연극, 영화 등 공연예술이 펼쳐진다. 감각적, 지적 소재를 미적(美的) 목적을 위하여 인간이 다루는 일이 예술이다. 단순히 보고, 듣기에 쾌적한 것이 아니다.
“인생은 가시 돋친 장미나무이며, 예술은 그 나무에 피는 꽃이다”라는 말이 있다. 후끈거리는 도시의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은 게 우리네 삶이다. 예술의 향유는 정신적인 차원을 고양시키고 삶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예술문화는 치열한 경쟁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위로를 준다. 소외감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는 동질감과 소속감을 부여해준다. 특히 대중예술은 애정결핍을 느끼는 이들에게 애정의 대상과 열정의 배출구 역할도 해준다,
우리는 캄캄한 한밤중에 가끔 촛불을 켜고 싶어 질 때가 있다. 이럴 땐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촛불주위에선 더 다정해 지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
예술도 이와 같다. 물질적인 추구가 가져오는 삭막함에서 본래의 인간성 회복을 위한 정신적 차원의 추구가 갈망되어지는 사회다. 그러한 사회적 욕구가 예술문화의 긍정적 효과에 눈을 돌리게 한다. 우리 삶과 이 세계에 대해 깊은 인식, 체험을 생생하고도 감동적인 방법으로 전해주는 예술. 그것이 삶의 불꽃이다. 같은 불꽃이라도 모닥불이나 폭죽, 횃불의 느낌이 다르다. 불꽃놀이를 볼 때마다 우리 마음은 후련해진다. 수많은 불꽃은 인류 삶과 함께 새로 생기고 퍼지고 이어져 왔다. 예술 역시 여러 가지 몫을 담당해 왔다.
예술가의 본분은 사람 마음의 심연(深淵)에 빛을 보내는 일이다. 예술작품을 통해 사람의 내면세계를 비추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을 공동체로 묶기도 한다. 때로는 사회적 모순을 밝히는 횃불이 되기도 하고 폭죽처럼 감격과 환희로 터지면서 다채로운 무늬도 만든다.
예술문화를 관객이 체험하고 관객의 마음속에 감동으로 자리 잡는 순간부터 호의(好意)가 쌓인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관객과 감성적 코드를 맞춰나가는 일이다. 이러한 예술문화의 장을 마련해주고 즐기는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주는 일은 중요하다. 예술문화의 향유는 즐거움이자 정신적 안정제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이태백이 두보 시인에게 어떻게 하면 시를 잘 쓸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1만권 분량의 책을 읽고 1만 리를 걷는 여행을 해보아야 비로소 시상(詩想)이 떠오른다고 했다.
니체는 “피로 쓰지 않은 문학작품은 읽고 싶은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듯이 어떤 장르든지 예술가이전에 다방면에 걸쳐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은 왕복여행이 아닌 편도뿐인 여행이다. 삶을 설계할 때 되도록 예술문화와 가까이하는 고매한 차원에서 그림을 그려야 좋다. 예술 속에 길이 있고 생명이 있다. 예술은 가까이 하는 이로 하여금 꿈꾸게 한다. 우리 국민 정서는 어느 나라보다 예술과 가까웠다. 이를 살려나가야 미래가 있다. 예술의 창의력은 한 겨레의 운명을 결정짓는 밑바닥 힘이기 때문이다.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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