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지금같이 어려울 때가 없다. 과거의 학자나 현자들은 실험실에 앉아서 몇 백년 앞을 내다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불과 몇 년 앞을 예측할 수 있을뿐이라고 한다. 문명사적 대(大)격변기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앞을 내다보기조차도 쉽지 않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실업률은 20여 년 만에 최악이고 일본은 1953년 조사가 시작된 후 최악의 실업률이 나오고, 대만은 통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누구도 몇 달 뒤에 어떻게 변할것이라고 확정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평화 문제에 대한 예측은 어떠한가. 중동의 한 가운데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산유국의 정정(政情)이 극도로 불안정하며, 전세계적으로 테러가 횡행하여 세계적 대공황이나 세계대전의 징후가 보인다고 하는가 하면,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신경제와 정보화의 세계적 확산 등으로 인해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리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다.
왜 이렇게 미래에 대한 전망과 판단이 어려운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지금의 변화는 현재의 연장으로만은 내다볼 수 없는 대변화, 문명사적 대전환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과 원리의 변화를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가, 우리 사회가 맞고 있는 미래의 도전은 과거의 우리 나라가 맞이했던 도전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그 도전과 과제는 모두 인류적·세계적 차원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경제 결정론적, 기술 결정론적 차원에서만 매달려 도전을 해석하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지진이나 화산폭발, 쓰나미와 같은 대 재앙이 닥치거나 빈라덴을 위시한 테러리스트들이 전세계를 위협하거나 실업과 경제파탄으로 국제정세가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 확실한 흐름을 짚을 수 있다. 그것은 세계화이다. 귀가 아프게 들어온 말, 세계화이다. 우리는 세계화를 흔히 뉴욕 월스트리트 자본의 세계적 이동이나 무역이나 인터넷 통신의 빠른 세계적 확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징후는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의 문제, 공해문제와 환경문제, 인구문제, 이산화탄소의 증가문제, 지구온난화 문제, 쓰레기 처리 문제, 서비스업의 팽창 문제, 정보통신업의 번성 문제, 청년실업의 문제, 노령인구의 문제 등 세계화라는 삶의 시스템이 맹렬한 속도로 번지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현대 교육의 문제, 민주주의의 문제, 복지요구의 문제, 인권의 문제, 실업문제, 인권문제, 여성과 노령 파워의 문제, NGO의 문제 등 가치관과 시스템의 문제까지 동시에 세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화의 문제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의 준비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의 가정은, 학교는, 사회는, 정부는 과연 어느 정도의 인식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가. 위기대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구호로만 그치고 있는가. 우리의 경우, 세계화에 관한 인식이 가장 잘 나타난 부분은 아마도 영어회화 문제인 것 같다. 온 가족이 정신적·물질적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도 영어회화 교육을 하니 말이다.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청소년들이 영어라는 도구를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니까 당연히 상당한 희생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기러기 가족이니, 펭귄 아빠니 하는 말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야 한다. 이제는 국가에서, 공교육 기관에서, 우리 아이들 영어회화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세계화의 여러 현상과 조짐들에 대해 국가적으로 위기상황이라는 인식을 갖고 총체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이제 정말로 말로만 하는 세계화, 그것 좀 그만두어야 한다. 필자도 앞으로는 세계화란 말을 다시 쓰지 않으려고 한다. ‘세계화’소리만 들어도 이젠 짜증과 불안감이 앞서니까 말이다.
/김 현 옥 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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