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의 100대 명산중에서도 내장산 단풍은 인기를 독차지한다.
단풍철을 만끽하듯 알록달록한 등산객의 옷차림도 붉은 단풍과 함께 또 다른 볼거리다.
산행은 계절마다 색다른 옷을 갈아 입는 산의 절경에 절로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는 자연은 가을을 맞아 절정에 이르고 답답하던 도시인의 마음까지 온통 빼앗아 버린다.
내장산처럼 유명세를 타는 명산도 좋지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산을 오르는 건 어떨까. 만추의 단풍을 구경하며 대중가요 ‘아! 대한민국’의 한 소절인 ‘사계절이 뚜렷한’을 고장난 레코드판처럼 되뇌면 더욱 정감이 넘치지 않을까.
수원 광교산 주능선에서 절터쪽을 내려다 본 어느 등산객은 발 아래 수십m 떨어진 단풍 물결을 보고는 아주 푹신한 카페트가 펼쳐져 있어 뛰어 내리고 싶다며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색체가 주는 마법이다. 먼 곳을 확대시킨 그림 앞에 서면 내 모습이 그림 속 공간으로 빨려 들기도 하고, 혹은 그림 속의 거대한 물체가 나를 향해 돌진하는 느낌을 누구나 한 두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이렇듯 한 점의 그림이라도 조금 신경을 써 감상하면 그 안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오늘은 그런 그림을 내 스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스케치와 색채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등산 배낭에 따끈한 커피와 작은 스케치북과 몽당연필 한자루 넣고 올라가 보자.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경치를 스케치한 후 집에 돌아와 그 때의 감흥을 되새기며 질감과 색을 입히면, 육신의 건강은 물론 풍요로운 감성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올해는 일교차가 커 유난히 단풍색이 정열적이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내 마음 속 카메라를 작동시켜 눈을 감고 표현하고 나타낼 수 있는 선과 색을 화폭에 담아보자.
뜨거운 열정과 이 가을의 풍요로움을 담아 그윽한 커피향을 곁들이는 여유도 가지면서….
/최 수 아 수아아트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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