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아지랑이가 뭉게 뭉게 필 때 소에 쟁기를 메어 논을 갈아 새봄을 시작하는 농부의 모습도 본지 오래다. 산다랑에서 물이 졸졸 내려와 논에 가득히 덮여져 있고 듬성듬성 아직도 청청하지 못해도 자란 논 잡초들이 있다.
논 바닥을 내려다 보면 따사한 봄볕 아래 물댄 바닥엔 우렁들이 기어 다니고 있다. 언제 자랐는지 알 수 없을만큼 매우 큰 것도 성큼 성큼 기어 다닌다. 그래서 우리들은 많이 대나무 바구니에 잡아 집에가면 어머니가 우렁 된장을 만들어 주신 적이 생각난다.
나는 우렁이의 일생을 아는대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렁이는 새끼를 몸 속 꼬리쪽에서 자라게 하고 그 새끼가 자람에 따라 어미의 꼬리 부분부터 먹이로 새끼들의 양식이 된다.
점점 봄볕이 강해 질수록, 풀 냄새가 짙어질수록 어미의 몸은 새끼들로 말미암아 먹이가 되고 새끼 우렁이들이 어슬렁 어슬렁 밖으로 기어 나온다. 그간 새끼들의 무게 때문에 가라 앉아 있던 어미의 껍질은 위로 둥둥 뜨게 되는데, 물 아래 있는 새끼들은 합창해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엄마 시집 간다. 우리엄마 시집 간다” 언젠가 또 이렇게 노래한 새끼들도 어미의 모습대로 될 것이다.
오는 23일은 수능시험의 날, 수고한 본인들의 노심초사와 여기에 어머니의 수고가 대단하나 말할 수 없고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을 다 감내하면서 오직 좋은 성적이 나오기만 기다리는 그 모습은 출산할 때의 전 생명을 바치는 것처럼 온 힘과 정성을 다 쏟게 된다.
참으로 훌륭한 어버이들이다. 이러한 사랑이 있기에 가정엔 힘이 생기고 평안이 오는 것이 아닐까.
세계 역사에서도 우리들의 어머니상은 매우 귀중하고 특이한 자식 사랑이 넘치고 있다.
우리 사람에겐 우렁이 생애처럼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물의 영장으로 문화가 있고 문화가 역사로 기록이 되며 또 변천하기도 한다.
/안 명 환 수원 명성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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