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참 어처구니없는 외교!

일본이란 나라와 우리나라와는 참으로 묘한 관계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은 우리에게 폐만 끼쳐 왔고 우리는 끊임 없이 피해를 보는 가운데에도 별별 도움을 다 주어 온 관계다. 지구상에 이런 관계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해중릉(海中陵)은 문무왕의 유언으로 동해바다 용이 돼 일본 침략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고 고려시대에도 포은 정몽주 선생을 파견, 침략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고, 조선시대는 임진왜란을 일으켜 결국에는 36년동안 찬탈을 감행했다. 해방 후에도 미국이나 중국으로부터 갖은 굴욕을 참아가며 번 돈으로 일본에게 한해 적어도 250만달러 이상의 큰 무역 손실을 입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본에게 불교와 각종 학문, 그리고 조선통신사를 파견해 종이와 화약, 도자기 등 많은 기술들을 전달했다. 또 6·25전쟁을 통해 본의는 아니었지만 2차대전의 무조건 항복으로 폐허의 일본 경제를 살려준 것도 역시 우리였다. 이런 두 나라간의 요즈음의 외교는 참으로 한심해 이젠 웃을 수도 없는 지경에 와 있음을 볼 수 있다. 싸운 후의 동네꼬마들을 봐도 이렇지는 않으리라. 맞은 아이가 먼저 가 사과하고 과거를 잊자고 하는 것을 보았는가? 언제나 때린 아이가 선물을 갖고 가 다음의 선물을 약속하고 이제 다시는 때리지 않을 테니 놀아 달라고 하지 않던가?

그대들이 욕하고 짓밟고 부관참시하는 박정희 전대통령은 임기중 한 번도 일본에 가지 않았으며 아무리 중요한 안건이라도 총리를 보냈다. 박 대통령이 군인시절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공석이든 사석이든 절대로 일본말을 하지 않자 어떻게 하면 박 대통령이 일본말을 하게 할까 궁리한 끝에 초등학교 시절 그를 가르치고 학비가 전혀 들지 않는 사범학교에 보내 줬으며, 박 대통령의 교사시절 조선어를 가르친다고 교장과 싸워 떠나면서 하숙집에서 마지막으로 그를 존경해 모인 어린 학생들에게 “글을 배우고 가르쳐서는 일본을 이길 수 없으므로 나는 만주로 가 칼을 차고 돌아 와 일본인을 이기겠다”고 말한 그의 만주행까지도 도왔던 일본인 은사를 파티장에 데려왔다. 여기서도 박 대통령은 인사말만 일본말로 했다는 그런 꿋꿋한, 줏대 있는 외교를 했었다.

그런데 현재의 대통령은 무엇이 그리도 다급하고 캥겨서 쫓기듯 오히려 사과를 받아야 할 외교를 거꾸로 먼저 손을 내민단 말인가? 나는 이제 절필하고 싶다. 아무리 외쳐도 메아리도 없이 병신짓만 하는 이 정부에게는….

/전 병 관 경희대 체육학부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