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민방위 교육훈련 점검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냉전시대 분단국으로 남아있고, 지정학적으로는 강대국으로 둘러 싸여 상시 안보위기를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미국 9·11 테러,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 일본의 독도 침탈 시도,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시도, 부산 APEC 회의 개최 등으로 안보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욱 더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안보불안을 해소시키고 유사시 대비능력을 제고시키기 위하여 이전과는 달리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런 방향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존에 이런 기능을 하던 민방위 훈련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사료된다.

민방위기본법은 “민방위라 함은 적의 침공이나 전국 또는 일부지방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재난으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정부의 지도하에 주민이 수행하여야 할 방공, 응급적인 방재·구조·복구 및 군사작전상 필요한 노력지원 등 일체의 자위적 활동”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정부는 이를 위해 1년에 8시간씩 대상자들을 소집하여 교육훈련을 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훈련 행정체계를 보면 행정자치부 산하 외청(外廳)인 소방방재청은 4년 단위로 지방행정기관에 “교육시간의 4분의 1은 소양교육으로, 4분의 3은 실기교육으로 충당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실기교육으로 예시한 것은 풍수해대비·산업재해대비·대테러·화생방교육·심폐소생술 등이다. 그리고 이 지침에 따라 광역자치단체장 또는 기초자치단체장은 민방위에 관한 전문적인 학식과 기능 또는 경험이 있다고 인정하여 임명 또는 위촉하는 자·민방위 담당공무원·해당민방위대장 등을 교관으로 임명하여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수원시의 일선행정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는 민방위 교육은 민방위기본법 및 행자부 지침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필자는 이번 달 초 수원시 민방위교육장에서 오전 9시부터 12시 50분까지 훈련교육을 받았는데 총 4시간 교육 중 약 40분 정도만 화생방 교육이 실시되었고, 나머지는 동북아정세·환경보호·화성복원사업설명 등으로 채워졌다.

동북아정세에 대한 강의는 언론보도나 상식수준이어서 교육생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고, 화성에 대한 설명도 수원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면 큰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못되었다. 더구나 환경보호와 화성복원사업에 대한 내용은 민방위와는 거의 관련이 없었다.

또한 관할 구청을 통해 배부된 교육훈련소집통지서 뒷면에는 소집된 대원들에게 식비와 교통비를 지급한다고 되어 있는데 교육 후에는 해당비용의 지급이 없었고 이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관련법령 및 중앙행정기관의 지침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 교육이 시행되었는지 일개 시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담당자들의 안일한 업무처리에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담당자들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교관을 선정하는 것이 어렵고 관련 예산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설령 그런 문제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에 불안감이 고조된 사회분위기를 고려한다면 민방위 교육은 부실해서는 안 된다. 일반지방행정기관에 교육훈련을 위임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면 소방방재청이 자체 지방조직을 통해서 직접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고, 만일 그것이 정 불가능하다면 수임 지방행정기관에 대한 사전·사후 업무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기관은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회계상의 의구심을 남겨서도 안 된다.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시민들은 한 시간이 귀하고 아까울 것이다. 이왕 소집했으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하 태 수 경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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