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던 시절

최근들어 각종 언론매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교원평가와 이와 관련된 교단과 정부, 그리고 일부 학부모단체와의 갈등이다. 수년 전 교원정년 단축을 추진할 때도 정부와 언론은 교단 비하를 위한 외침을 서슴지 않았고, 무리한 정년 단축으로 인한 교원의 사기 저하와 턱없이 부족한 교원수, 매도당한 교단에 대한 좋지 않은 사회인식 등 아물지 않은 상처가 있는 지금 또 교원들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이질적 집단의 무리수로 교단을 흔들려고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집단보다도 높은 도덕성과 청렴함이 요구되며 지적 수준을 갖춘 집단이지만 요구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대우와 사회인식은 그들의 설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정책의 혼선에 대한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고 사는 선생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공경사상이 사라진 것은 차치하고도 제자들의 사람됨이 즐거워 가르침에 모든 것을 바친 선생님의 최소한의 권위마저 무참하게 짓밟는 요즘의 사회적 시각은 “우리 나라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란 자조 섞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물적 자원 하나 없는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교육이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가는 굳이 되묻지 않겠다. 다른 집단에 비해 특별한 대우를 해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은 질시의 대상이 됐고 개혁의 대상이 됐으며 부패의 온상으로 매도되고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교원평가 역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선에선 평가를 원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다. 평가의 방법을 개선하고 교육여건이 갖춰졌을 때 실시하자는 것이다. 열악한 교육여건에 대해 학교 밖에 있는 우린 말할 자격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니까. 또 교단을 경제논리에 비해 평가하면 곤란하다. 경제만으로는 이 세상을 꾸려나갈 수 없음은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땅에 교사를 포함한 모든 전문직은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교육은 물론 정치, 군사, 의료 등 모든 분야를 CEO들에게 맡겨야 옳지 않은가.

털어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모든 교원들이 다 똑같지는 않다. 하지만 교단이 사회로부터 냉대받고 지탄의 대상이 돼야 하는 곳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열악한 환경과 사회적 편견에도 헌신적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는 그들의 노력과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

/조 용 호 경기도교육위원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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