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돈보다 마음이 먼저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춥다. 경기가 회복기미가 보인다고 말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깊은 겨울이다. 복지관을 찾는 후원자의 발걸음도 예년에 비해 뜸한 현실이다. 연말이면 연례행사처럼 이루어지는 자선 바자회니 일일 찻집이니 하는 아름다운 후원자를 찾는 행사가 곳곳에서 열리지만 여기도 경기를 반영한 듯 목표보다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에 있을 선거 때문인지 행사장을 찾는 사회지도층들은 빈손에 풍성한 입담만이 가득할 뿐 별반 도움이 되질 않는다. 먹고 살기 힘들수록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생각하는 것이 인정인데 올 겨울은 유난히 힘든 것이 우리 복지관만의 형편일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은 경제적 형편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하는 미담이 있다. 우리복지관에서 청소봉사를 하는 아저씨의 얘기다. 복지관에 들어서면 신발을 벗어야 할까를 망설일 정도로 왁스로 깨끗하게 청소를 해 놓는 분이 계시다. 이 분은 팔이 한쪽 없는 장애인이시다. 공식적으로는 복지관에서 월 30만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분의 조카가 삼촌에게 그냥 주면 안받으시니 복지관에서 봉사를 하게 하시고 주라고 매달 보내오는 후원금이다. 자립심이 강한 그 분의 성격을 알기에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자하는 조카의 사려 깊은 배려이다. 팔이 한 쪽 없다고 하지만 복지관의 허드렛일, 궂은일은 이 분의 차지이고 나이가 들었어도 장애가 있어도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한 마디 불평도 없이 일하는 그 모습에서 함께 일하는 복지사들이 감명을 받는다.

그나마 받는 30만원의 월급마저 자신을 위해 쓰지 않는다. 올 가을 김장철이 돌아왔는데 배추값이 작년보다 비싸 독거노인들에게 김치가 부족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은 모양이다. 아저씬 힘든 몸으로 텃밭에 일군 배추 1천100포기를 후원물품으로 내놓았다. 김장을 할 때도 자원봉사자들이 김치를 잘 담글 수 있도록 모든 뒷바라지는 그분의 몫이었다. 장암동 2천여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장애인,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들이 밥을 먹을 수 있는 반찬이 이 분의 한 팔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아무리 겨울의 추위가 매서울지라도 소외된 이웃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힘이다. 진정 나눔은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이웃을 향해 비워둔 여유의 마음인 것이다.

/문 병 하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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