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들어오는 길목 곳곳에 전쟁 시에 적의 탱크 진입을 막기 위해 버티고 서 있는 대전차 방호벽이 하나 둘 씩 철거되고 있다. 오늘은 의정부 회룡역 앞 3번 국도에 세워져 있던 대전차 방호벽이 철거된다. 1971년에 세워져 35년 동안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도시 경관을 해쳤던 분단의 상징이 철거된다. 아직도 한반도가 전쟁 중이라는 것을 나타내던 상징물이 철거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전차 방호벽의 철거는 우리에게 단순히 교통편의와 도시 미관 개선이라는 것보다 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한반도를 둘러 덮었던 냉전의 짙은 구름이 걷히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을 대비한 방패를 내려놓으므로 더 이상 전쟁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우리 민족의 의지를 표현하므로 화해와 공존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둘째는 수도권 발전의 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북부로 나가는 도로 곳곳을 막았던 장애가 치워짐으로써 그 동안 경기남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었던 북부의 경제발전도 기대가 된다.
셋째는 자치도시가 가진 이미지가 새롭게 될 것이다. 같은 수도권이면서도 경기북부의 도시들은 도시를 진입하는 길목에 방호벽을 두므로 군인들이 주둔하는 기지시적 이미지를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방호벽의 철거는 곧이어 이루어지는 미군이 철수하는 시점과 아울러 군사도시에서 평화의 도시 이미지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방호벽은 그 동안 수도 서울 성문의 역할을 하여왔다. 따라서 의정부에 사는 사람들은 하나의 독립되고 안정된 자치 도시에 사는 것이라기보다 의식적으로 수도 서울의 성문밖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언제든지 성문 안을 진입하려고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경기북부의 중심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발전을 위한 장기적이며 건강한 시민사회의 담론의 형성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대전차 방호벽은 단순한 군사 시설물이라기보다도 시민들의 의식의 장벽이었으며 스스로를 소외시키는 큰 담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담이 그 벽이 철거되는 것이다. 역사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시대를 해석하라고 요청하고 시대의 물음에 응답하라고 강요한다. 대전차 방호벽의 철거가 그냥 하나의 구조물을 치우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해석을 새롭게 하자는 것에서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문 병 하 의정부 장암종합사회복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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