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행복이란?

새해가 되면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서로 간에 복을 기원하는 소리에 익숙하다. 설날때까지 고려해 보면 거의 1개월 보름 정도가 된다. 또한 평소에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 현상이다.

근래에도 미국의 거부와 제3세계 극빈자 가운데 누가 진정으로 행복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거리가 된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재벌 등 최상류층 사람들과 단칸 셋방에 거주하는 사람들간 누가 더 행복한가에 대해서도 자주 의문을 던지곤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어느 다출산 여성을 보면서 행복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안양의 어느 여성전문병원에서 34세에 8번째 아이를 출산한 여성을 만나 볼 기회가 있었다.

인근 평촌에 거주하는 인천보훈지청 직원 정미희씨와 함께 방문, 건강한 남자 아기 출생을 축하하고 격려할 수 있었던 점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동행한 정미희씨로부터 “그 여성이 대가족에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더 없이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서 행복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창출하고 있다는 평범한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충북 제천 출신인 그 여성은 20대 초반에 거의 10세 연상인 강원 영월 출신 현재 남편과 결혼과 함께 안양에 정착하면서 삶을 꾸려 왔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오다 보니 어느새 자녀들이 8명에 이르렀고, 자녀들을 양육하다 보니 현재는 지하 셋방에서 거주하면서도 전혀 수심어린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그런 점을 자랑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더 나아가 무슨 동정을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닌 그 순수한 마음으로 이야기하는데 감동을 받을 정도였다.

보훈가족이 아닌데도 (그 여성을) 찾아간데는 첫째로 당연히 보훈관서장으로 보훈가족의 복리증진과 예우시책 등에 최고의 주안을 둬야 하지만 평소 국가유공자의 실천적인 나라사랑 정신을 일반 국민들 속에 보훈정신으로 승화·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는 터에 보훈가족 이외의 일반 어려운 이웃들에 대해서도 조그마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두번째로는 필자로선 겨우 아들 하나 둔 처지여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녀를 많이 둔 가정에 대해선 평소에 부러운 마음을 갖고 있던 터에 직접 이야기 좀 듣고 싶어 방문하게 됐다.

비록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그 여성분의 꾸밈없는 말솜씨와 선한 웃음으로 아이들이 아픈데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생활이 조금은 고단할지라도 감사하고 더 할 수 없이 행복하다는 말에, 현재 필자가 여러 측면에서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을 구비하고 있는데도 별스런 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고 번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은 어떠한 재산, 사회적 지위나 명예, 세상적 지식 등의 단순한 잣대로 평가하긴 어렵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서면서 잠시나마 차디 찬 공기가 더할 수 없이 상큼했다.

/권 율 정 인천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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