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름답고 싶은 욕망에 대한 단상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외모에 대해선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 대부분 적당하게 나르시스트임과 동시에 비관주의자(?)인 것이다. 자신이 거울을 바라보면서 이만하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다가도 어느 한순간 자신의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곤 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자신에 대해선 묘하게도 이중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처럼 자신의 외모에 대해 신경을 쓰는 이유는 무엇때문인가? 그 이유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시선 속에 이미 타인의 시선(남성과 여성)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타인이 받아들이는 시선의 척도는 결국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시각화했느냐에 따라 판단된다. 자신의 외모는 이미 자신 스스로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고 미리 연출했다는 의미와 같다. 즉 본인이 자신의 외모를 연출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해 하며 자신이 연출한 모습은 타인에겐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지시적 코드가 될 수 있다. 외모의 아름다움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바람이자, 관심사이며 특히 요즘처럼 외모가 강조되는 시대에선 더욱 그렇다. 필자는 인간의 이러한 관심사를 빗대어 표현한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와 if라는 잡지가 주관한 Anti Miss Korea Festival을 통해 대중들의 외모에 대한 고정관념과 사회적인 입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스즈키 유미코의 ‘미녀는 괴로워’를 보면 수백만엔을 들여 전신 성형을 한 후 절세의 미녀로 다시 태어난 칸나는 외면적으로는 아름다워 졌지만, 내면적인 모습은 옛날 그대로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인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다룬 만화다. 주인공 칸나는 미녀가 된 덕분(?)에 여러가지 특권을 누린다. 하지만, 칸나는 다른 사람이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을 무시하면 자신이 더 흥분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한 건 미녀와 추녀에 대한 칸나의 편견이다. 예쁘면 착하게 굴 필요가 없고, 줄은 서지 않아도 되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마음대로 행동해도 자신은 예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란 오만과 함께, 미녀는 그래야 된다는 특권의식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추녀는 못생겼다는 유전자적인 이유(?)때문에 착한 것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독단적인 사고가 있다. 이 만화에선 추녀의 환생이라는 꿈, 즉 일반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만화의 양식을 통해 현실화 했으며, 외모에 대한 문제를 솔직 담백하게 접근했다. 그러면, 모든 사람은 예뻐야 되는 것인가? 그래야만 타인에게 자신이 인정받는 것인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정당성을, Anti Miss Korea Festival을 통해 살펴보자. Anti(안티)라는 의미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불만과 항의를 압축한 단어로 사용되어진 것으로 이해되는데, 필자는 이 글에서 여성성에 대해 거론하고 싶은 마음은 사실 없다. 단지 사회적으로 재단된 잣대에 저항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가치가 더 소중하다는 판단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다. 단순히 미스코리아선발대회의 저항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Anti Miss Korea Festival 카달로그에 나와있는 글을 인용하자면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을 넘어선 지점에서 찾아지는 다양한 아름다움, 사람이 살아온 경륜에서 만들어지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존중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인간의 외모를 32-24-34, 170, 48 등처럼 수치화하고 규격품을 만드는 건 대중들에게 환상만 심어줄 뿐이며, 그것은 곧 자기 비화단계까지 끌고 간다.

결론적으로 ‘외모에 대한 정의는 무엇이다’라고 딱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노릇이며, 단지 외모에 대한 필자의 태도를 밝히면, 외모에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인공적인 방법을 강행하더라도 본인에게 위안이 된다면 권하고 싶다. 또한 자신의 외모가 불만이긴 하지만 본인이 스스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타인이 바라보는 외적인 부분보다는, 다른 사람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내면적인 부분이 더 소중하다. 이러한 판단은 절대적인 주체인 자신을 사랑하는 당신한테 있다.

/김 석 원 공주영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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