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미래를 생각하는 의식

앞으로 10년 후 뭘 먹고 살지 하는 말이 요즘 심심치 않게 나온다. 경제계에서 걱정하는 소리지만 정부는 물론 개인도 그런데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 오래다. 앞으로는 형식에 더해 내용으로 우리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오기를 바랄 것이다.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한 특징은 앞으로 10년 후 먹고 살 길을 걱정하면 밤잠이 안 온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이제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게 일상화 되어 있다. 개인의 미래 생활인 보험이나 연금이 정부의 핫 이슈인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10여년 전 한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당시 앞으로 우리나라가 먹고 살 분야가 뭣인가 하는 화제에 이르렀다. 나는 옆 일본이 앞서 가면 우리가 쫓아가고 중국이 쫓아온다고 인식하며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 갈 것이고 다시 위기를 당하면 중동으로, 아프리카로, 시베리아로 뛰쳐 나가 일한 민족이어서 비슷한 경제 수준은 계속 누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대안은 아니지만 경제도 크게 보아 문화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우리 국민의 진취적 성격을 믿고 싶은 것이다.

IMF 환란 위기 때 금 모으기를 보이고 월드컵 응원시 700만이 거리로 나오고 지금은 아이 적게 낳기, 대학교 가기, 이혼율, 여성의 사회진출 속도 등에서도 세계의 선두를 달리지 않으면 못 견디는 민족이다. 그런 적극성과 열정이라면 위기가 올 때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좀 여유가 있다 싶을 때 자기 관리에 약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아파트로만 무작정 몰리는 요즘의 현상이 그런 한 예라 하겠다. 앞으로 2만∼3만 달러에 이르려면 사회적으로 좀 더 긍정적인 방향과 목표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이익 이외에 인생의 이익인 행복지수를 높이는 목표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며 나타나는 현상에 하나는 이제 상품을 파는 행위도 문화적인 개념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은 한 상품이 여러 나라에서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시대라 총 원가의 50%가 그 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으면 그 나라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나오고 있어 ‘00제제’보다는 ‘Produced by’를 선호하는 흐름도 보인다. 거기에 더해 선진국은 속 품질이 워낙 차이가 없다보니 ‘Designed in’이라는 디자인을 강조하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애플사의 미디어 재생기인 iPod에는 ‘designed in the U.S.A, built in China’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다시 네트워크 산업이 보편화하면서 인도가 세계고객 콜 센터의 기지가 되다보니 ‘Service in’이라는 개념도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상품제조국 대신에 ‘일본문화’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다. 우리는 이런 와중에 ‘한류’라는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지만 한류는 무엇으로 상징될 수 있을까. 한국의 힘(에너지) 아니면 한국적 조화일까?

20여년 전 일본에서 개방화가 이루어지면 초기 개방 또는 세계화는 무엇을 뜻하느냐 하니까 한 평론가는 개방이 이루어져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고 호주 상품을 사고, 피지 여행을 하고 동유럽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화란 시민이 작은 세계와 만나는 과정에서 온 국민의 작은 계획들이 실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 합쳐지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가에서 한 프로젝트로 IT며 생명공학에 자본을 쏟아 부을 수는 있으니 그걸 실현해 가는 주체인 국민이 먼저 세계화에 대한 인식을 각인할 때 그런 사업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란 기업에게는 글로벌 경영을 뜻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영화 하나 음식 하나의 작은 기회로 다가오는 것으로, 우리도 세계 여러 곳에서 직업을 얻고 봉사를 하는 자기 완성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김 광 옥

수원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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