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발생주의 복식부기 제도를 준비하면서

우리 시의 총자산은 얼마나 될까? 수천억 또는 수조원…. 아마도 재산을 담당하는 공무원조차도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지난 1년동안의 세입과 세출 등을 모두 망라한 300여쪽 분량의 결산서를 작성해 지방의회 승인을 받고 있다. 주된 내용은 예산액 대비 지출액과 잔액 등이다. 하지만 이처럼 단순한 과목들만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결산서는) 재정이 잘 운용했는지, 잘못 운용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한 줄도 나타나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결산서만으로는 당연히 이 같은 재정 운용실태를 알 수도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해 연간 매출액 57조원에 순이익 7조원 등이 넘는 대기업들은 손익계산서 등 재무제표와 관련된 단 몇 장의 보고서만으로도 재정상태나 운영성과, 자금수지내역 등 종합적인 재무정보를 손쉽게 얻는 것이 가능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처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재무상태를 파악하느냐, 파악하지 못하느냐는 결산방식에 있어 회계제도를 현금주의 단식부기 회계제도와 발생주의 복식부기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이러한 문제들을 시작으로 정부를 비롯, 지방자치단체들도 내년 1월부터 발생주의 복식부기회계제도를 전면 시행할 계획으로, 시범 실시와 함께 올해부터 시험 운영에 들어 가고 있다.

복식부기 회계제도란 지난 97년 IMF 권고와 함께 국정과제로 선정돼 현행 현금의 유·출입만을 처리하는 단식부기 회계처리 방식을 현금외 비 현금거래까지도 회계 처리해 자산이나 부채, 비용, 수익 등을 재무제표로 작성,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우리 시의 총 재정규모와 1년동안 살림살이 결과를 지금의 방대하고 이해가 어려운 결산서 대신 압축된 몇 장의 재무제표라는 종합성적표로 작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성돼 공개된 재무제표에 대해 시민들은 시 재정에 대한 평가를 내릴 것이며 시는 건전 재정 운영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한편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시행돼 온 단식부기제도 탈피와 새로운 제도에 대한 이해와 전문·기업·공공성 확보를 위한 노력 등 공직자 모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가능하다.

발생주의 복식부기 회계제도 시행을 준비하면서 우리 시 최초의 내년 재무보고서 작성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각종 보고서에 대해 시민들로부터 투명성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도록 실무진의 일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이 제도가 하루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해 나갈 계획이다.

/박 영 구 시흥시 회계과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