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인체의 테러를 막아라

세계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사람들은 다이어트와 교전중이다.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비만을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살빼기 작전에 돌입했다. “못생긴 사람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배나온 사람은 용서받을 수 없다”라는 유행어를 남길 정도로 다이어트는 신종 전염병처럼 확산돼 현대인의 신조어가 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허리띠를 졸라 매고 살던 시절 다이어트는 미용의 문제였고 일종의 사치였다. 거북스러울 만큼 뚱뚱하지 않는 이상, 비만이 건강을 크게 해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것보다 먹지 못해 생기는 영양실조가 더 큰 문제였다는 사실은 시대적 흐름과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이어트 열풍은 체중 감량이란 이름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각종 매체와 채널을 타고 운동기구, 보조식품, 치료제 등을 선보이며 실시간 날개 돋친듯 팔리는 반면 많은 사람들은 굶거나 식사량을 줄이고 육류를 섭취하지 않고 채소를 먹고 저녁은 오후 5시 전 먹는 등 다이어트 성공비법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개그맨 김형곤씨의 돌연사로 자신의 신체조건을 무시하고 운동이 몸에 좋다고 살을 빼면 건강을 해치고 죽음을 부를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사망 원인이 다이어트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급격한 체중 감량이 몸에 무리를 줬다는 게 강론이다. 비만한 사람들은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 성인병들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비해 무리하게 운동해 감량된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운동과 식사요법을 강행하는 경우,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유발된 심근경색이 김형곤씨의 죽음을 불렀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국민들에게 해학과 웃음을 선사하던 김형곤씨 죽음은 ‘다이어트의 부작용’에 대해 “잘못된 논리는 테러보다 위험하다”란 말처럼 무리한 체중 감량 병폐가 개인은 물론 집단의 심각한 오해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무분별한 다이어트 열풍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비만과의 전쟁이 아닌 얼짱·몸짱 신드롬 등을 부추기는 연예인 따라 잡기식의 잘못된 사고에서 비롯돼 체중 감량으로부터 인체는 오히려 무차별적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건강한 삶을 생각한다면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인체가 과연 무엇을 원하는가를 느끼고 이해할 때가 아닌가 싶다.

/권 성 훈 시인·경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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